'김종인 승부수' 한일해저터널 정말 가능한가?
한일해저터널은 1930년대 일제의 대동아 공영권 구상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1938년 일본 철도성 기획위원회가 주요 간선 철도의 수송력 확충과 국철에 의한 대륙간 교통 네트워크에 관해 검토한 것을 바탕으로, 한일해저터널 계획을 포함해 아시아 대륙과 수송체계를 형성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일명 '탄환열차'로 불리는 일본의 이 같은 계획은 5억 5천만 엔 규모의 역사상 유래 없는 대형프로젝트로 당시 제국의회에 제출돼 귀족원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1939년 지형측량을 시작해 지형도의 대부분이 완성되는 단계까지 갔지만, 1941년 시작된 태평양 전쟁으로 추진 3년여 만에 계획이 전면 중지됩니다.
잊혀진 듯 했던 한일해저터널 구상을 다시 꺼내든 것은 통일교의 고 문선명 총재입니다. 1981년 국제평화고속도로 건설을 외치며 1단계로 도쿄-서울-평양-베이징을 잇는 동아시아 교통망을 제안하고, 시발점으로 한일해저터널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1983년 일본에서 일한터널연구회가 설립됐고, 2008년 우리나라에서도 한일터널연구회가 설립돼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실제 해저터널 건설 연구를 위해 500m 넘게 굴착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대통령들도 한일해저터널에 관심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1990년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은 당시 일본 총리에게 해저터널 건설을 제의한 바 있고, 1999년 김대중 대통령도 일본을 방문해 해저터널의 긍정적인 면을 밝혔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당시 고이즈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해저터널 추진을 논의했습니다. 다만, 사업 추진을 구체화했다기 보다는 일본과의 외교적 관리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한일해저터널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일본과 국내에서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돼 있습니다. 2009년 부산발전연구원이 진행한 '한일터널과 동북아 통합교통망 구축을 위한 기초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전까지 연구는 주로 일한터널연구회의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나, 연구원은 일본 측 제안과 다른 독자적인 노선을 제시했습니다. 부산-쓰시마-이끼-후쿠오카로 222.64km 길이의 이른바 'C-1' 노선입니다. 일한터널연구회 제안 노선의 건설비 100조~200조 원보다 낮은 약 92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듬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수행한 '통합철도망 구상 연구' 최종 보고서에서는 한일해저터널 사업에 대한 일본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고,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고 지적됐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지적된 것은 건설비 조달 문제인데, 비용 대비 효과 관점에서 위험부담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100조 원, 혹은 그 이상이 소요될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할만한 통행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충분한 통행량 확보와 동북아 네트워크, 나아가 유라시아 철도 구상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북한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의 철도 네트워크와 연결될 필요가 있는데 이 또한 문제점으로 제시됐습니다. 단지 해저터널 건설뿐 아니라 북한 등 타 국가의 철도 인프라 개량 비용까지 필요하게 돼 비용 회수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일 양국의 국민 여론이 한일해저터널 프로젝트를 지지할 것인가가 근본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언급됐습니다.
국토연구원이 2019년 수행한 '혁신과 포용을 위한 국가교통망 구상 연구' 보고서에서도 막대한 건설비용 확보 문제와 투입 대비 낮은 경제성 문제를 관건으로 봤습니다. 또 국가간 정치, 외교적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실제 정책 추진에 있어 결정 과정도 매우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완공되면 파급효과는 막대하겠으나, 건설을 위해 많은 문제점과 위험요인이 있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냈습니다.
부산대학교 석좌교수로 행정중심복합도시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서의택 한일터널연구회 공동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것을 하려면 양국간 정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추진이 불가하다"고 전제하면서 "경제성과로 봤을 때는 유럽과 철도를 연결하는 것인데,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철도가 북한을 통과한다"며 "북한 문제도 동시에 협의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또 "이 문제에 관해 12년간 연구해오고 있다"면서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에 더해 항만과 철도까지 연결되면, 물류 중계기지로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면서 "물류비용으로 봐서 도쿄에서 배를 타고 인천으로 오는 것이 빠르냐, 기차로 와서 해저터널을 지나 서울까지 오는 것이 빠르냐를 보면 비용상 도움이 안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부울경과 일본 큐슈권을 묶어주는 연대 효과는 크겠으나 대한민국 전체로 봤을 때는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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