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코로나가 만든 'QR코드 르네상스'
1994년생, 만 27세 QR코드가 코로나가 촉발한 비대면 시대에 만능 문양으로 부활했다. 공중 시설 체크인에서 쇼핑·결제, 신분 증명까지 사람 간 접촉이 생길 수 있는 모든 영역에 QR코드가 접목되고 있는 것이다. ‘QR코드 르네상스’(NYT) ‘QR코드 혁명’(BBC)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 국민이 QR코드에 익숙해진 계기는 작년 6월 식당 같은 공중 시설 입장 때 도입된 QR코드 체크인이었다. 한번 물꼬가 터진 QR코드는 전방위로 도입됐다. 같은 달 이통통신 3사와 경찰청, 도로교통공단이 QR코드로 운전면허증을 대신하는 모바일 면허증을 내놨고, 한 달 뒤엔 서울 거리에서 공유 자전거를 QR코드만으로 대여·반납할 수 있게 됐다. QR체크인을 비롯해 각종 인증서와 신분증을 인증해주는 카카오톡 지갑은 이미 550만명이 사용 중이다.
쇼핑·결제도 QR코드 혁명 중이다. 롯데마트 매장에선 이미 상품 겉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주문·결제와 배송 주문이 한번에 끝나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QR코드로 물건 값이나 서비스 값을 치를 수 있는 가게도 전국적으로 급증했다. 올해 1월부터 현대홈쇼핑 TV 화면에 QR코드가 뜨기 시작했다. 시청자가 스마트폰으로 이를 스캔하면 모바일 앱 쇼핑 페이지로 연결된다. 전화 주문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QR코드 르네상스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이동통신 속도가 빨라진 것도 한몫했다.
QR코드는 1994년 일본의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에서 부품의 공정을 추적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QR코드를 찍으면 정보가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Quick Response’(빠른 반응)의 약자로 이름을 지었다. 바코드가 세로 방향으로만 정보를 저장한다면 QR코드는 가로·세로 방향 모두 사용해 적은 공간에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QR코드는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려 2010년쯤 주목을 받았다. 2010년 하나은행이 본사 건물 벽 한 면을 가로·세로 각각 25m짜리 QR코드로 채우는 등 한때 기업들은 QR코드를 이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QR코드 열풍은 빨리 식었다. QR코드를 찍기 위해선 따로 앱을 다운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QR코드 인식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5년만 해도 QR코드는 IT 업계에서 ‘웃음거리’ ‘쓸데없이 기술이 많이 들어간 예’ 취급을 받았다.
QR코드는 2017년 애플이 아이폰 카메라에 QR코드를 인식하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부활의 기회를 잡았다. 예전보다 사용이 편리해진 데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진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QR코드는 기업과 개인 마케팅 용도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차 제네시스는 신차 GV70를 출시하기 전 QR코드를 차체에 붙인 채 전국 도로 시험 주행에 나섰다. QR코드를 찍으면 자동차 정보가 나오는 마케팅 이벤트였다. NYT는 “QR코드를 몸에 문신으로 새겨서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인터넷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마케팅도 생겨났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QR코드 타투 스티커가 유행하고 있다. 문신을 찍으면 ‘아이 러브 유’와 같은 문구가 휴대폰 화면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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