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파리 패션쇼 무대, 원격으로 정복했죠"
“마담 우(Madame Woo)는 (코로나에도) 패션은 계속돼야 한다는 걸 증명해보였다. 파리 패션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절대 강자(powerhouse)인 그녀는 서울에서 모든 쇼를 원격으로 지시했다. 마담 우의 쇼는 평소와 다름없이 완벽하게 진행됐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62)의 2021 가을·겨울 파리 남성복 패션쇼가 끝나고, 프랑스 패션지 ‘보그’의 헤드라인에 ‘우영미’ 세 글자가 적혔다. ‘마담 우'는 그녀의 존칭. 지난 2002년 자신의 이름을 딴 ‘우영미’로 파리 패션위크에 첫선을 보인 이후 내년이면 20년이 되는 파리 베테랑 브랜드다. “원격임에도 흠잡을 데 없이 완성도가 무척 높았고, 그녀가 보여준 보라색 의상은 미국 부통령의 취임식을 연상시키는 화합과 통합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녀의 작품성에 대해 극찬을 마지않던 해외 패션지들이 이번엔 작업 과정까지 파고든 것이다.
최근 신사동 자신의 매장 ‘맨메이드 우영미’에서 만난 우영미 디자이너는 “전세계 흩어져 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줌(zoom)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게 될까’라고 했다가 몇 주 뒤에 결국 ‘이게 되는구나!’라고 서로 카메라를 바라보는데 절로 눈물이 다 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해외에 처음 갔을 때만 하더라도 현지 평론가 중에선 ‘너희에게도 ‘고급 패션이 있어?’라고 묻던 이들이 있었지요. 지금은 ‘한국에서 혹시 훈장 받았니?’라고 묻곤 해요. 유럽에서 패션 디자이너의 위상은 상당하니까요(웃음).” 그는 “이번 쇼의 성공을 두고 해외에서 디지털의 접근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동안 쌓였던 신뢰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도 전해진 것 같다”고 했다.
바로 일주일 전에도 그는 이미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계를 놀라게 했다. 1988년 첫선을 보인 뒤 국내 대표 남성복 브랜드로 키운 ‘솔리드 옴므’를 지난 18일 밀라노 남성 패션쇼 무대에 세운 것이다. 솔리드 옴므는 우영미 디자이너가 국내에 ‘남성 캐주얼’이라는 장르를 개척하며 세련되고 이상적인 남성상을 지향해 내놓은 브랜드. 국내 디자이너가 자신의 브랜드를 세계 4대 컬렉션이라는 파리와 밀라노 무대에 각각 세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로라하는 해외 디자이너들에게도 극히 드문 일. 성격이 다른 두 브랜드를 동시에 세웠음에도 이번 컬렉션은 그 어느때보다 ‘우영미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밀라노 쇼 역시 원격으로 이뤄졌다. 모두가 ‘불가능’일 것이라고 한 것을 한국 디자이너가 해낸 것이다. 해외 패션 전문지 WWD는 “밀라노 쇼에서 반드시 봐야 할 쇼”라며 데뷔 쇼를 극찬했다. ‘솔리드 옴므’ 브랜드의 경우 뉴욕의 캐스팅 디렉터, 런던의 영상감독, 밀라노 프로덕션팀이 화상으로 모였다. 모델 캐스팅부터 옷을 입혀 1㎜ 줄이는 것까지 일일이 지시했다. ‘우영미’ 브랜드는 네덜란드 영상팀을 섭외해 파리, 서울, 네덜란드에서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쇼를 이뤄냈다.
프랑스 패션 평론가들이 그녀를 향해 ‘마담 우’라며 존칭하는 사이, 그녀를 추종하는 1020세대 팬들은 ‘영미 누나’라며 따랐다. BTS, 엑소 등도 즐겨 입는다. 고급 라인인 ‘우영미’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20국에 진출해 있고, 좀 더 젊은 층에 초점을 맞춘 ‘솔리드 옴므’ 역시 프랑스, 홍콩, 두바이 등으로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 해외 카피 제품을 발견해서 본사에 스스로 알리는 일명 ‘솔리드 옴므 요원’ ‘우영미 캅(cop)’이 있을 정도다. “문화 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인 분야잖아요. K패션도 마찬가지지요. BTS, 블랙핑크, 손흥민 등이 한국 이미지를 올려놓고, 한국을 선망하게 만들어 놓았잖아요. 한국에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등장해서, 그들이 보여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바로 K패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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