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가족모임에 과태료 10만원? 시어머니 눈치가 더 무서워"
“명절에 가족 보는데 과태료가 말이 되나.” “괜히 모였다 가족들 건강 해치면 더 문제다.”
정부가 설 연휴에 ‘5인 이상 모임 금지’ 지침을 내리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최고 10만원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방침에 “명절에 부모·형제들이 차례를 지내는 것까지 규제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조치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작년 추석 때는 ‘귀성을 자제해달라’는 정도였지만, 강제로 명절 모임을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8)씨는 이번 설에 과태료를 감수하고 ‘강원도 친척 집’ 방문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씨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당장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고령 할머니를 한 번이라도 더 뵙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충청북도 충주에 사는 유모(78)씨도 “지난 추석에 다들 못 온다고 해서 명절을 쓸쓸히 보냈다”면서 “서울보다는 충주가 더 안전할 텐데 자식, 손주들 얼굴이 보고 싶어 최근에 ‘꼭 내려오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집마다 단속하기도 어렵다” “식당이나 회사에서 남들하고는 잘도 모이면서 명절에 가족 모이는 건 왜 막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족을 위해 고향을 찾지 않겠다’는 이도 많다. 경기도 하남시에 사는 구모(85)씨는 분가(分家)한 자녀들이 대부분 차로 20분 거리에 살지만 “괜히 모였다 가족들 건강 해치면 큰일”이라며 “이번 명절은 오지 말라고 미리 ‘방문 금지령’을 내렸다”고 했다. 세종시에 사는 공무원 고모(49)씨는 “공무원 신분이라 자칫 코로나에 걸리면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어 지난 추석에도 안 갔고 올해 설도 고향에 가지 않을 계획”이라며 “설 지나고 거리 두기 단계가 좀 낮아지면 그때 고향에 갈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맘카페에는 전국 며느리들의 ‘시댁 방문’ 관련 고충과 고민 상담이 쏟아지고 있다. “과태료 10만원보다 시어머니 눈치가 더 무섭다” “남편 혼자라도 간다는데 그러면 괜히 까탈스러운 며느리로 비칠까 더 걱정” 등 다양한 얘기가 올라온다.
정부의 ‘5인 이상 모임 금지’ 지침이 귀성을 피하는 핑계가 되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7)씨는 “요즘 남편에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는 뉴스 기사를 계속 보여주며 ‘시부모님께 설에 못 간다고 애기하라’고 설득하는 중”이라고 했다. 4인 이하로 인원을 맞춰 귀성하는 우회법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박모(48)씨는 이번 설에 자녀 둘을 데리고 어머니가 계신 본가를 찾기로 했다. 3인 가족인 누나네 가족은 설 이후 주말에 따로 본가를 찾을 예정이다. 경기도 김포의 한 맘카페 이용자도 “남편은 큰아이와 시댁으로, 나는 작은아이와 친정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연말연시에 이어 설 대목까지 놓치게 된 자영업자들은 정부를 잇따라 성토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자영업자단체협의회 등 자영업자 단체 16곳은 ‘집합 금지 연장’을 발표한 지난 31일 합동 성명을 내고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일방적 결정”이라며 “무책임한 ‘자영업자 죽이기’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설 명절 이후 상황을 보고 집합 금지 및 제한 조치 조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지만 우리에겐 설 명절 이후가 없다”고 했다.
성명에 참여한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김기홍 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24시간 업종인 PC방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야 수익이 나오는 구조”라며 “연말연시부터 설 연휴까지는 손님이 몰려드는 대목인데,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 조치가 2주간 연장돼 절망스럽다”고 했다. 이어 “회원들 사이에서 24시간 영업을 강행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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