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161명이 밀어붙이는 '판사 탄핵'
더불어민주당이 1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 150명과 정의당 의원 6명, 열린민주당 의원 3명,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 등 범(汎)여권 의원 161명이 탄핵안 발의자로 참여했다. 발의자 숫자가 탄핵안 의결 정족수(151명)를 넘김에 따라 오는 4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에 들어가고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하면 탄핵이 이뤄진다.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면 헌정 사상 첫 판사 탄핵 사례가 된다.
임 부장판사는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 칼럼을 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후배인 재판장에게 칼럼 내용이 사실무근임을 판결문에 포함해 달라는 식으로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임 부장판사는 작년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달 중 퇴직할 예정이다. 그러나 탄핵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임성근의 명예로운 퇴직은 ‘판사는 어떤 잘못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지금이 탄핵할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탄핵소추 사유는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필요시 국회 차원의 조사에 응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당이 사법부에 족쇄를 채우기 위해 2월 말 퇴임하는 법관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정권 입맛에 맞는 대법원 판결을 쏟아낸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탄희 병가때문에 판사탄핵 추진 늦어졌다는 與
더불어민주당이 1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강행하자 야당에선 “실리도, 명분도 없는 ‘사법부 복수극’”이라는 말이 나왔다. 임 부장판사가 작년 이른바 ‘사법 농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달 중 퇴직이 예정돼 있어 탄핵소추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탄핵 추진 시기가 늦어 괜한 정쟁만 초래한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하지만 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탄핵안을 대표 발의한) 이탄희 의원이 21대 국회의원이 된 직후, 건강상의 이유로 일시 휴직을 한 적이 있다”며 “만약 그에게 공백이 없었다면 좀 더 일찍 판사 탄핵이 추진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작년 6월 공황장애로 2개월간 활동을 중단해 탄핵 추진이 늦어졌다는 주장이다. 같은 당의 홍영표 의원은 라디오에서 “임 부장판사가 판사 재임용을 신청하지 않고 도피하듯 법원을 떠날 줄 몰랐다”고 했다.
이탄희 의원이 탄핵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기도 전에 의원들에게 공동 발의에 참여해달라며 도장을 받으러 다닌 것도 논란이 됐다.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을 추진하면서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처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통상적으로 실무 차원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강성 친문 네티즌들은 탄핵 발의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문자폭탄 등으로 공격했다. 친문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엔 “탄핵안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의원들은 ‘개혁 방해 세력’이다” “당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진보 성향 판사들이 주도하며 ‘법관 독립’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탄핵 추진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 고위 법관은 “탄핵 추진이 이탄희 의원 개인의 정치적 존재감 부각 내지 한풀이를 위한 것이어서 관심을 주고 싶지 않다”며 “법원이 조용한 데는 소위 사법 농단 사태 이후 법관사회가 무력화되고 파편화된 측면도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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