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환영회·밤샘 마피아게임.. '코로나 2년차' 캠퍼스 안간힘
코로나 2년째, 다음 달 ’21학번 새내기'를 맞는 대학가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무방비 상태로 코로나를 맞았던 지난해 ’20학번'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기 위해 21학번 신입생을 맞는 비대면 방식의 기발한 신입생 환영회와 행사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더 이상 코로나에 대학 생활을 뺏기지 않겠다”는 대학생들의 자구(自救)책이다. 모임 장소는 과방·동아리방, 번화가 단체 주점 대신 각자의 집 노트북 앞이다.
연세대학교는 지난달 16일부터 이틀간 신입생 대상 ‘줌 정기모임’을 열었다. 학교 정보도 알려주고 선배·타과 친구들과 안면을 트는 자리다. 한 차례 정기모임을 가진 후엔 각자 관심사에 따라 여러 소규모 줌 대화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밤새 마피아 게임을 하는 ‘게임모임’, 재수생 이상 학생들이 모인 ‘N수생 모임’, 각자 만든 칵테일을 마시며 얘기하는 ‘칵테일 모임’ 등이다. 차유진 연세대 중앙새내기맞이단 단장은 “20학번인 우리들은 코로나로 학내 모임을 전혀 못 했다”며 “21학번은 우리 같은 ‘코로나 새내기’를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기획한 것”이라고 했다.
신입생들끼리 친목 모임도 비대면 상황을 반영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술자리 게임이 대표적이다. 일단 맥주 한 캔씩을 카메라 앞에 놓는 것은 필수. ‘자기 방 소개하기’ ‘제시어와 가장 어울리는 물건 찾아오기’ 같은 게임이 유행이다. 예를 들어 ‘추억’과 같은 제시어가 나오면 집에서 추억이 담긴 ‘어릴 때 사진’과 같은 물건을 찾아와 카메라 앞에 보여주는 식이다. 혹은 컴퓨터 화면에 누군가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면 다른 사람이 맞추는 게임, 다같이 가면을 쓰고 화상 회의에 참여한 뒤 자신의 이름과 관련 있는 사진을 올려 상대방이 누군지 추리하는 게임도 한다. 모두 비대면 전용으로 새롭게 개발한 게임들이다. 카이스트 새내기학생회장 안시현(21)씨는 “20학번인 우리는 경험이 없어 선배들한테 조언을 많이 구하고 있다”며 “TV 예능 프로그램을 응용한 게임 등 후배들을 즐겁게 해줄 프로그램 구상 중”이라고 했다.
모든 게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학생들은 ‘새내기 메이크업’ 대신 ‘줌 보정’에 더 관심을 쏟는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화장을 잘 못하는 새내기인데, 줌으로 어떻게 보정할 수 있나요”라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메이크업, 새 옷, 새 가방 대신 안면 비대칭을 보정하는 ‘좌우 반전’ 같은 보정 기능이 신입생들에겐 더 중요한 셈이다.
지난 31일 줌으로 학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 참여한 이다은(20)씨도 컴퓨터의 스탠드 조명을 켜고, 피부 잡티를 가리기 위해 컴퓨터 화면 밝기를 높이는 ‘필터 수정’ 기능도 활성화했다. 이씨는 “신입생 모임이나 스터디 등 각종 모임이 줌으로 이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워 활용하게 된 꿀팁”이라고 했다.
일부 대학은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새내기 경험’을 고스란히 날린 20학번들도 이 기회에 함께 챙기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0학번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모임 ‘이미 배움터’ 참가자를 최근 모집했다. 당초 100명 모집 예정이었으나 이틀 만에 150명 이상이 신청하자 부랴부랴 규모를 200명으로 늘렸다. 신청자 중 80%는 20학번이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은 ’20학번의 날'을 만들었다. 학과별로 30~50명씩 쪼개서 대면(對面) 행사를 2월에 갖기로 했다. 이준호 자연과학대학 학장은 “장학금을 주기 위해 20학번 학생 몇 명을 면접했는데, ‘학교는 단지 시험보러 오는 곳’으로만 기억해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이화여대 인문대는 지난달 30일 진행한 ‘새내기 온라인 모임’에 20학번도 참여하도록 했다. 김주현 인문대 공동대표는 “지난해 학내 모임 참여 기회가 없었던 20학번 학우들의 섭섭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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