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쏟아져도 우승 문제없죠, 난 '필드 위의 악당' 리드니까
골프계의 ‘악당’으로 통하는 패트릭 리드(31·미국)는 비난받을수록 더 강해진다.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리 파인스 남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총상금 750만달러) 우승으로 투어 통산 9승을 달성했다. 전날 규칙 위반 논란에 휩싸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교한 쇼트게임을 앞세워 5타 차 압도적 우승(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을 해냈다.
그저 정신력이 강하다고 하기엔 욕먹어온 역사가 길다. 대학에서 쫓겨난 이유가 속칭 알까기(공을 남몰래 치기 좋은 곳에 놓는 것)와 절도 행각 때문이었다는 의혹이 있다. 가족 절연, 안하무인 발언에 이어 2018년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고는 “다른 선수들 응원 소리가 커서 내 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2019년 말 대회에선 공 뒤 모래를 두 차례 쓸어내 2벌타를 받은 뒤 “카메라 앵글을 달리 보면 라이 개선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고 변명해 ‘사기꾼’으로 찍혔다. 두 달 뒤 야유를 뚫고 WGC 멕시코 챔피언십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비난과 야유를 동력으로 삼는 듯한 그도 이번엔 좀 억울했을지 모른다. 3라운드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왼쪽 러프에 빠졌다. 근처 자원봉사자에게 공이 중간에 튀었는지 물었고, 자원봉사자는 아니라고 답했다. 리드는 동반자들에게 알리고 공을 들어 올려 공이 박혀 있었는지 확인한 다음, 경기위원을 불러 재확인을 요청했다. 경기위원은 풀 속에 손을 넣어 공이 박혔던 자국을 만져봤고, 무벌타 드롭을 할 수 있다고 판정했다. 리드는 이 홀을 파로 마무리했다.
줄곧 비가 내려 코스는 무척 젖어 있었다. 골프 규칙은 플레이어가 공을 들어올려 공이 박혔는지 확인하고, 자기 공 때문에 지면에 생긴 자국(피치 마크)에 박혔을 경우 벌타 없이 구제 받는 것을 허용한다. 경기위원을 부를 의무도 없다. 공이 중간에 튀었다면 땅에 박힐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겠지만, 리드는 튀지 않았다는 증언까지 확보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세컨드샷이 한 번 튀어 러프에 들어가는 영상이 얼마 뒤 공개된 것이었다. 전력이 화려한 리드를 향해 의심과 비난이 쏟아졌다. 샷이 튀는 걸 못 봤다는 게 사실이냐, 일부러 공을 잽싸게 들어올려 증거를 없앤 게 아니냐, 다른 선수의 피치 마크에 공이 들어갔던 건 아니냐. PGA 투어가 “리드는 교과서적으로 행동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게다가 같은 대회에 출전한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가 3라운드 18번홀(파5)에서 거의 똑같은 상황에 처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불붙었다. 매킬로이의 세컨드샷이 오른쪽 러프에 빠지자, 그는 동반자들에게 알린 뒤 공을 들어 올려 땅에 박혀 있었는지 확인했고 무벌타 드롭을 했다. 경기 위원을 부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매킬로이의 샷 역시 한 차례 튀어 러프로 들어가는 영상이 공개됐다.
인기 스타 매킬로이와 나란히 논란의 주인공이 됐으니,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수로 손꼽히는 리드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었다. 매킬로이는 “진실성을 중시하는 골프에서 사기꾼 꼬리표를 얻는 것은 최악”이라며 “내 공은 맹세코 내 공이 만들어낸 피치 마크에 들어가 박혀 있었고, 나는 당시 갖고 있던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했다”고 호소했다. PGA 투어는 “두 선수는 땅에 박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공에 대해 규칙이 허용하는 대로 행동했고 적절한 구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일부 선수는 비판적 의견을 내기도 한다. 랜토 그리핀(미국)은 “내게 유리하더라도 100% 확실하지 않다면, 그와는 다른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잰더 쇼플리(미국)는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모든 이가 동의하거나 영상을 볼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또 한 차례 모든 논란을 딛고 우승한 리드는 기자회견에서 “역사상 모든 위대한 선수들은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없이 자기 할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골프를 사랑한다. 골프가 내게 펀치를 날리면, 나도 펀치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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