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대선주자들 "光州 못잡으면 대선도 없다"
새해 들어 여권(與圈) 주요 차기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광주(光州)를 찾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달 18일 광주를 찾은 데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8일 광주를 방문해 1박을 했다. 강원지사를 지낸 민주당 이광재 의원도 최근 광주를 찾아 대선 도전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 측근 인사들도 광주를 찾아 주요 인사들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여권의 차기 주자들 간에 광주 민심 잡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곳”이라며 “광주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여권 주자들의 쟁탈전이 시작된 분위기”라고 했다.
이 지사는 지난 28일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유가족을 만났다. 이 지사는 묘역 방명록에 ‘나의 사회적 어머니 광주’라고 적었다. 이어 이 지사는 광주에서 1박을 하고 이튿날 인공지능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이 지사는 이날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만났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가 인공지능 관련 행사장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을 만난 만큼, 내년 광주시장 출마설이 도는 강 전 수석을 배려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광주 지역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 측에서 작년 연말에 이어 새해에도 만나자는 연락이 오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이 지사의 광주 방문을 전후해 다른 경쟁 주자 측 인사들도 광주를 찾아 민심 잡기에 나섰다. 지난주 정세균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A 의원이 광주를 찾아 주요 지역 인사들을 만났다. A 의원은 정 총리의 향후 정치 스케줄을 언급하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정 총리가 코로나가 진정되면 4월 말쯤 퇴임하고 대선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호남 지역 측근들의 움직임도 바빠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도 지난달 18일 광주를 찾은 데 이어 지난달 하순엔 측근 B 의원이 광주에 내려와 지역 여론을 듣고 갔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 발언에 반발하는 호남 지역 여론 달래기에 애쓰고 있다”고 했다.
지역 정가에선 이재명 지사의 최근 지지도 상승세가 광주를 향한 여권 대선 주자 측의 이런 움직임을 재촉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비(非)호남 출신인 이 지사가 호남 지역 지지도에서도 이낙연·정세균 등 호남 출신들까지 앞서 나가자, 경쟁자들이 조기에 호남 민심 잡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2002년 대선 때 민주당 광주 지역 경선에서 부산 출신 노무현 후보가 호남 출신 후보를 제치고 1위를 하면서 전체 판세가 뒤집혔다”며 “이 지사가 광주 등 호남에서 입지를 굳히는 것을 막으려는 경쟁자들의 견제 흐름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신년 들어 광주에서 이 지사와 이 대표 측 의원이 각각 지지 의사를 밝히며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친문(親文) 진영 안에서 이른바 ’13룡(龍)’ 등판론을 거론하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친문이 뚜렷한 자파(自派) 차기 주자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인지도 있는 인사들을 모두 경선 링에 올려 판을 흔들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원조 친노(親盧)로 꼽히는 이광재 의원은 지난달 28일 광주를 찾아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1강 구도가 계속되면 그를 견제하기 위한 이낙연·정세균 등의 ‘연합 협공’ 가능성도 거론된다”며 “최근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을 두고 ‘이재명 대(對) 이낙연·정세균’ 대립 구도가 형성된 게 그 전조(前兆)”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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