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학부모는 불안하다
[경향신문]
불확실성은 인간을 불안에 떨게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부각되면 해당 주가는 하락한다. 불확실성이 향후 기업 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차라리 모두가 아는 악재는 불확실성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그럭저럭 지낼 만했다. 아이의 등교 일정이 2주일 단위로 5번이나 연기됐지만 조만간 학교 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2학기에도 등교 일수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날이 많은 아이를 보면서 원격수업도 수업의 한 방식이려니 믿었다. 하지만 또 그런 시간을 앞둔 지금은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그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도 알 수 없다. 두렵고 조바심이 난다.
백신접종이 이달부터 시작된다지만, 과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19 1년의 경험과 기억은 맞닥뜨리지 않은 앞날을 기대하기보다 의심하게 만들었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등교확대 방침을 밝히며 “예측 가능한 학사 운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내 아이의 상황은 지난해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유치원생도, 초등학교 1·2학년도, 대학입시를 앞둔 고3도 아닌 아이가 매일 등교하는 날은 여전히 요원하다. 올해에도 주 5일 중 대부분은 책가방을 메는 대신 컴퓨터를 켤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결손과 학력격차다. 그것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수치로도 드러나지 않는다. 훗날 언제 어떻게 발현될지도 알 수 없다. 코로나19와 원격수업은 이 시기를 지내는 아이들에게는 모두 피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사교육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학습공백의 정도는 달라진다. 결국 빈부격차가 학력격차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학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자칫 내 아이가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이 엄습하는 것이다.
불안은 사교육 시장을 기웃거리게 한다. 아이의 학교는 지난달 중순 종업식을 했다. 성적표를 받아든 학부모들 중 상당수는 최근 아이를 영어학원에 등록시켰다. 영어과목에서 ‘노력요함’이라는 평가를 받은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지인은 “알파벳만 아는 아이가 학교 영어수업을 따라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것도 온라인수업으로 얼마나 익혔겠나”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지역 사립초의 평균 입학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몇 배 이상 높았다. 복수 지원이 허용된 점도 작용했지만, 공립초보다 등교일수가 많고 원격수업 만족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은 영향이 크다. 집단감염 우려로 학원 대신 과외를 찾는 쏠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태블릿PC를 통한 디지털 학습지도 특수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는 과연 공교육에 위기일까, 기회일까라는 기획기사를 지난해 보도한 적 있다. 당시 한 대학교수는 “답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성공할 아이들은 성공하더라’로 결론이 나면 위기가 되겠지만, ‘학교가 아이들을 위해 이런 것들을 해줬구나’라고 신뢰를 얻게 되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우리는 저마다 ‘각자도생’의 길을 찾고 있다.
이성희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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