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뜨거워진 IPO]한달간 56조 몰렸다..'균등배정' 타고 열기
올해부터 공모주 균등배정 시행, 투자자 참여 늘어나나
첫 균등배정 씨앤투스성진 등 여전히 경쟁률 높아
"기대감 대신 합리적 접근해야, 주관사도 책임감 필요"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들이 잇따라 수요예측 및 청약 경쟁률에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공모가 역시 희망범위 최상단 혹은 최상단을 뛰어넘어 결정되는 등 지난해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과 제도개선이 맞물린 결과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돈풀기에 나섰고, 이 자금이 규제가 심한 부동산 보다는 주식시장을 향하면서 공모주 시장도 같이 달아오른 것이다. 여기에 개인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늘리기 위해 올해부터 공모주에 대한 균등배정이 시행되자 투자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청약경쟁률 신기록이 나오고 연초부터 10곳의 기업에 56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렸다.
다만 공모가가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면 그만큼 상장 후 개인투자자들이 가져갈 수익이 줄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감보다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중(1월 1~31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곳 중 엔비티(236810), 핑거(163730), 솔루엠, 레인보우로보틱스, 아이퀘스트, 와이더플래닛 등 6곳의 공모가는 희망범위 최상단을 초과해 결정됐다. 씨앤투스성진(352700), 모비릭스(348030),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선진뷰티사이언스(086710) 등 4곳의 공모가는 최상단에서 정해졌다.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기업들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청약에서도 높은 관심이 이어졌다. 올해 첫 공모로 지난 21일 상장한 모바일 포인트 플랫폼 기업인 엔비티(236810)는 청약 경쟁률이 4397.68대 1을 기록,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이라는 기록을 썼다. 지난해 8월 이루다(164060)(3039.55대 1)의 기록을 약 5개월여만에 갈아치운 셈이다. 올해 첫 공모주였지만, 증권신고서가 공모주 균등 배정 방식으로 규정이 개정되기 이전에 제출돼 적용 대상은 아니었다.
공모주 ‘균등 배정’ 방식은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일반투자자들에게도 공모주 배정의 기회를 보다 더 부여하기 위해 제도를 개정해 이뤄진다. 이에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배정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비례 방식’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 역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지난해 12월 1일 이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부터 적용돼 작년 10월27일에 제출한 엔비티(236810)의 경우 해당되지 않았다.
균등배정에도 열기는 계속… “합리적 접근해야”
균등배정이 적용된 첫 해인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발빠른 움직임은 증시 자금의 추이에서도 나타나났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 증시 대기 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예탁금은 2조4945억원이 늘어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넘게 늘어났다. 이달 청약을 마친 10곳의 기업에 몰린 증거금만 약 56조원에 육박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연초부터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균등배정을 시행한 첫 기업은 ‘아에르’ 마스크로 잘 알려진 마스크 및 필터 업체 씨앤투스성진(352700)이다. 씨앤투스성진은 총 공모주식 중 50% 이상은 최소 배정 수량 이상을 청약한 모든 이들에게 균등하게 나눠주고, 남은 50% 미만을 비례해서 나눠주는 균등배정 방식을 적용했다. 지난 19~20일 진행된 청약에서 씨앤투스성진의 경쟁률은 674대 1으로 집계됐다. 균등 배정 방식을 실시하면 최소 수량만 맞추면 누구나 청약에 도전할 수 있어 참여자는 늘어나고, 소규모의 청약이 늘어나면서 경쟁률 및 증거금은 다소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균등배정 방식을 적용했다고 해서 경쟁률이 모두 낮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삼성전기(009150)에서 분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전자부품 제조 업체 솔루엠은 경쟁률이 1147.76대 1을 기록했고, 증거금도 12조원이 넘게 모였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최고 기록이었던 명신산업(009900)을 이은 2위를 기록했다. 핀테크 업체 핑거 역시 939.39대 1로 네 자릿수에 근접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모주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더불어 개인들의 접근성까지 넓어진 만큼 올해 IPO 시장 역시 활황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풍부한 유동성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질 것”이라면서도 “추후 고평가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해 단순한 기대심리만 가진 참여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처럼 IPO 시장이 뜨거울 때야말로 주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공모가들이 모두 긍정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지난해 좋았던 분위기와 더불어 가치를 매기는 기관들 역시 시장 및 기업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균등배정 역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관사라면 IPO에 책임을 지고 기업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시장과 소통하며 투자자에게 올바른 가치에 대한 판단을 전달하고자 노력할 때 ‘과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효중 (khji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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