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VS 월가, '게임스톱' 사태..왜 일어났나?
[앵커]
미국의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이라는 회사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뉴욕 증시를 뒤흔들었죠.
공매도로 기업 흔들기를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거대 금융 자본에 맞선 이른바 '개미의 승리' 라고까지 표현들을 하는데요.
뉴욕 연결해 '게임스톱 사태', 왜 일어나게 된건지, 어떤 우려를 낳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한보경 특파원,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입으로 지난 한달 동안 게임스톱 주가가 17배 가까이 올랐는데,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기자]
사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입니다.
이걸 물리적으로 가능하게 만든 건 우선 두가지입니다.
수수료 없이 개인들이 주식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로빈후드'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 개인들의 목소리가 응집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이번에도 회원 수가 400만 명인 한 주식정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매도로 게임스톱을 흔드는 헤지펀드에 맞서자, 이런 움직임이 일었고 여기에 개인투자자, 즉 개미들이 집결했습니다.
한마디로, 기술발달과 온라인문화가 결합해서 개인들의 수천, 수만 건의 거래가 대형 자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이걸 '금융시장 민주화의 정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들자면,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시중에 막대한 자금이 풀렸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집에만 있게 된 개인들이 이걸 갖고 주식 투자를 많이 하게 됐죠.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주식계좌가 천만개 이상이 새로 개설된 걸로 추산됩니다.
[앵커]
거대금융자본, '월가'에 대한 개인들의 분노가 표출됐다라는 해석이 나오는데 그 중심에는 젊은 세대가 있다면서요?
[기자]
20,30대가 특히 집결했습니다.
지난 2008년 월가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를 보고 자란 세대죠, 2011년 가을의 '월가점령' 시위 기억하실 겁니다.
금융위기 이후 심해진 빈부격차와 반성하지 않는 대형 금융사들을 비판한 운동이었는데, 이번 '게임스톱 사태'는 이 운동이 온라인에서 부활한거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빈부격차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와중에, 개인 부자들과 대형 금융사들의 자산은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폭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곪을대로 곪은 미국 사회의 빈부격차 문제가 터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어제 뉴욕에서는 '다시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앞으로 개인투자자들 피해가 클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기자]
방금 미국 주식시장이 개장했는데 장 열리자마자 게임스톱 주가가 8% 이상 하락했습니다.
당분간 변동성 심한 장세가 이어질 걸로 보여지구요.
게임스톱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면이 있기 때문에 이게 빠지게 된다면 결국 개미들이 피해 입을거라는 우렵니다.
실물경기와 따로 가는 주식시장 거품 논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리고 수십조원의 손실을 본 헤지펀드들이 손실 충당을 위해 갖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게 되면 시장엔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게임스톱 건이 쉽게 끝날 것 같진 않습니다.
개인들의 주식 거래를 제한한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에 대해 집단소송이 제기됐고 미국 의회는 이 로빈후드와 공매도로 기업 흔들기 일삼는 헤지펀드들 청문회에 세워 제대로 따져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손덕배/영상편집:이진이
한보경 기자 (bkh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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