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코로나19로부터 배우는 저출생 해법
수십조 썼지만 저출생 못 잡아
국민 마음 못 잡는 정책 무효용
육아 걱정 없는 사회조성 시급
2020년 두 개의 팬데믹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팬데믹(pandemic)은 ‘모두’를 뜻하는 pan과 ‘인구’를 뜻하는 demos가 합쳐진 그리스어 판데모스(pandemos)에서 나온 말이다. 모든 사람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나 사건을 뜻한다. 첫 번째 팬데믹은 누가 뭐라 해도 코로나19이다. 지난해 1월 20일 처음 국내 확진자가 보고된 후 2021년 1월 26일 현재 1378명의 사망자를 내며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이로 인해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GDP(국내총생산)는 최초로 감소하고 수많은 직장인과 소상공인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공급되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우리는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2019년에만 저출생 대응을 위해 40조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예산의 상당 부분은 현금성 지원이며 그마저 OECD 평균 2.4%에 비해 훨씬 적은 1.4%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현금성 지원으로는 저출생 추세를 바꿀 수 없음은 지난 수년간의 통계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사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저출생 정책만큼 실행하기 마뜩잖은 정책도 찾기 어렵다. 효과가 바로 나오지 않고 정책과 성과 간 인과성도 명확하지 않은 데다 정파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5년 단임제의 한계로 정책의 일관성도 유지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땜질식 단기성 지원에 집중하게 되고 저출생의 근원적 해결은 요원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제는 정책의 근본 방향을 바꿀 시기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며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교훈을 얻었다. 정부가 방역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국민이 지켜야 하는 지침을 알리고 동의를 얻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으며 결국 국민이 이에 동참했을 때 성과를 얻은 것이다. 물론 정부도 5인 이상 모임이나 9시 이후 영업을 금지하는 조치가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 역시 자유를 제한하고 생계를 위협하는 지침이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최적의 방안을 제시하고 정책 담당자가 아침저녁으로 낮은 자세로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려 노력했으며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집단에 지원을 제공하며 최악의 상황을 막아낸 것이다.
이 관점으로 저출생 팬데믹을 살펴보자. 단언하건대 현금지원은 출생과 육아의 가치를 높이지 못하며 정부의 의지도 들어 있지 않은 데다 진심으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빠져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다. 출생과 육아는 결코 누군가를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니다. 내가 내 삶을 책임질 수 있고 삶에서 만족할 수 있어야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출생과 육아를 하고 싶은 개인의 삶을 구현할 책임이 있다.
출생 및 육아휴직은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생계를 유지하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일을 한다. 하지만 출생과 육아로 일의 지속성이 위협받지 않으려면 휴직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현금지원이라는 허울 뒤에 숨지 말고 휴직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나서야 한다. 어떤 사업주는 휴직제도를 꺼릴 것이다. 어떤 사업체는 너무 작아 누군가 휴직을 하면 업무가 멈추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정부는 사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휴직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마음 놓고 휴직할 수 있도록 복직하는 권리를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 필요하면 사업체 인허가 요건에 이를 담아야 하고 대체인력 고용을 위한 증세가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는 솔직함이 필요하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인구감소 팬데믹을 극복할 막중한 책임을 지닌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보다는 꼭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이에 국민이 동참한다면 저출생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다. 코로나 방역으로 확인한 대한민국의 저력이 저출생 극복에도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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