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신은 트럼프 “오바마 교수형, 바이든은 탄핵”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에 이어, 트럼프의 후계자를 자처한 한 초선의원이 음모론과 막말로 당에 ‘트럼프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에선 트럼프식 극단주의와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트럼프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개원 한 달여 된 미 연방의회에선 요즘 마저리 테일러 그린(46) 조지아주 하원의원의 징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린은 취임 후 ‘트럼프가 이겼다’는 문구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의사당 폭력 사태는 극좌파 단체가 부추긴 것’이라고 주장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 바이든 탄핵안을 발의했다. 그는 마스크를 벗은 채 동료 의원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위협적 언동을 했고, 이 때문에 옆 의원실 민주당 의원이 다른 사무실로 옮기기도 했다.
그린은 의회 입성 전부터 극우 음모론 ‘큐어논(QAnon)’ 신봉자로 유명했고,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는 언사로 ‘하이힐 신은 트럼프’로 불렸다. 큐어논은 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워싱턴 DC의 피자가게 지하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고 주장하고, 트럼프는 이들을 척결하러 온 난세의 영웅이라고 믿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린은 건설업자인 아버지에게 사업을 물려받아 운영했으나 2017년부터 큐어논에 빠져 음모론의 대표 주자가 됐다.
최근 CNN 등 언론들이 그린의 취임 전 행적을 조사했더니 충격적인 전력이 쏟아졌다. 그는 2019년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어떻게 축출할지 논의하는 게시물에 “머리에 총을 쏘는 게 빠르다”는 댓글이 달리자 ‘좋아요’를 눌렀다.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을 교수형시켜야 하지 않냐”는 질문엔 “참고 기다렸다가 좌파 판사들이 방해할 수 없도록 완벽하게 해내자”고 했다. 또 미국 학교에서 벌어진 대형 총기 난사 사건들에 대해선 “민주당이 총기 규제 여론을 자극하려 벌인 자작극”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이런 위험한 인물을 의회에 둬선 안 된다”면서 의원 제명결의안을 준비하고, 그린이 교육노동위원회 업무를 맡지 못하게 하는 조치도 거론했다. 그러나 그린은 “대선을 탈취한 민주당과 가짜 언론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나를 협박한다”면서 “난 절대 사과하거나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엔 “토요일(30일)에 미국 대통령이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큰 격려를 받았다”고도 했다.
그러자 공화당에서도 폭발했다. 공화당 소속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은 지난달 31일 “그린과 같은 개인 우상화와 분노, 음모론에 의존하는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면서 전통적 보수 가치 회복을 지향하는 ‘컨트리 퍼스트’란 정치활동위원회(PAC)를 발족했다. 롭 포트먼 공화당 상원의원도 “그린에게 맞서 일어나서 ‘당신의 언행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했고, 밋 롬니 상원의원은 “(그린과 트럼프의 동조화는) 거짓말끼리 어떻게 뭉치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공화당 소속의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 에이사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도 “이런 식이면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이 공화당을 쪼개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와 대다수는 그린 의원 논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앞서 “그린 의원의 발언은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징계를 논의하겠다던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플로리다에 가서 트럼프를 만나고 온 뒤부터는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의사당 폭동이 트럼프 탓이라고 했던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날 트럼프와 힘을 합쳐 내년 하원 선거를 탈환하겠다고 했다. USA투데이는 “아직 트럼프 지지층의 위력이 크다는 이야기”라며 “그린 의원을 둘러싼 당내 분열은 트럼프 시대 공화당이 직면한 실체적 위기를 상징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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