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남은 이대호 "힘 있을 때 꼭 우승하고 싶다"
[경향신문]
“느낌이 좋아…작년에 성적은 안 좋았지만 4강 갈 실력 됐다”
새 시즌 기록 3할-30홈런-100타점·1루수 수성 목표 훈련
선수 생활 종착역을 향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롯데 이대호(39)가 오랜 염원이던 우승을 향한 갈망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2021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1일 이대호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2년 안에 꼭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던 이대호는 지난달 29일 계약기간 2년 총액 2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은퇴 시기를 2년 뒤로 정한 이대호는 특별한 우승 옵션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팀 우승 시 수령하는 1억원을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100% 기부하는 조건의 옵션이다. 이대호 측에서 이 내용을 먼저 제시했고 구단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됐다.
이대호는 거듭 우승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내가 야구를 하면서 줄곧 가지고 있던 꿈이 롯데 우승이었다. 선수로서 우승을 못하면 팬으로 돌아가서 응원해야 할 텐데 2년 안에 선수로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2014~2015년 2년 연속 일본시리즈를 재패한 경험이 있지만 롯데 소속으로서 이루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그는 최근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에서도 이동국의 우승 모자를 보면서 “진짜 우승하고 싶다”는 바람을 표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힘이 있을 때 롯데 우승을 시키고 싶다. 앞으로 2년까지는 나에게 그만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롯데는 지난 시즌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대호는 그 속에서도 희망을 봤다. 그는 “느낌이 좋다. 2019년에는 ‘꼴찌’를 해서 2020시즌을 조금 힘들게 시작했었는데 지난해에는 실패했던 경기들을 돌아봤을 때 분명히 4강 안에 들 수 있는 실력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2년 동안 팀을 위해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놓고 떠날 계획이다. 이대호는 “후배들에게 타격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해주고 싶다. 타석에 들어서는 마음가짐이나, 안 풀렸을 때 빨리 잊어버리는 정신적인 부분도 알려줄 것이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이 있다. 타석에서는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2시즌 연속 2할대 후반 타율에 머물렀던 이대호는 새 시즌 목표 기록으로 ‘3할-30홈런-100타점’을 내세웠다. 그는 “타자가 달성할 수 있는 노력의 산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매 시즌 가진 목표”라고 초심을 다시 떠올렸다. 주 포지션인 1루수로도 얼마든지 뛸 수 있을 정도의 준비도 할 생각이다. 그는 “144경기에서 모두 1루수로 나가는 걸 목표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뿐만 아니라 선수단 모두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대호는 “한국시리즈 우승은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개인 기량이 올라가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호의 ‘우승 옵션’은 선수단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됐다. 주장 전준우는 “우리가 그전에는 우승이라는 단어를 말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대호 형의 말로 선수들에게도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부산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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