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세계' 뉴 시즌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
[경향신문]
메이저리그 코치 구성은 단순하다. 류현진이 뛰는 토론토는 찰리 몬토요 감독, 데이브 허진스 벤치 코치, 기예르모 마르티네스 타격 코치, 피트 워커 투수 코치, 마크 버진스키 1루 코치, 루이스 리베라 3루 코치, 맷 부시맨 불펜 코치가 기본 코치진의 전부다.
KBO리그는 여기에 배터리 코치와 수비 코치가 추가된다.
메이저리그의 벤치 코치는 KBO리그의 수석 코치와 비슷하다. KBO리그 규정은 등록 코치 숫자를 감독 1명, 코치 8명으로 제한하고, 비등록 코치는 원칙적으로 더그아웃에 있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도, KBO리그도 코칭 스태프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야구는 더 세밀해지고 코치들의 역할도 나눠진다.
추가된 코치들은 보조 코치 또는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을 갖는다. KBO리그 ‘코치의 세계’도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수년 전부터 리그에 들어오기 시작한 퀄리티 컨트롤(QC) 코치는 이제 여러 팀에서 자리를 잡았다. ‘품질관리’라는 뜻의 QC 코치는 기존 코칭스태프에 전력 분석을 더해 균형을 잡는 일을 한다. 코치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 중이다. 키움은 지난 시즌 막판 김창현 QC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고, 이번 시즌 홍원기 감독 체제에서 수석 코치를 맡는다. 메이저리그의 벤치 코치와 조금 더 비슷한 역할이다. 키움은 양키스, 클리블랜드에서 뛴 내야수 출신의 알바로 에스피노자를 수비 코치로 임명했다.
1군에 윤윤덕, 백어진 등 두 명의 QC 코치를 둔 롯데는 브랜든 맨을 2군 피칭 코디네이터로 선임했다. 강영식 2군 투수 코치를 돕는 한편, 미국 유명 피칭 스쿨인 드라이브라인 시스템을 접목하는 역할을 맡는다. 맨 코디네이터는 2002년 텍사스에 27라운드 지명됐다. 무려 17년이라는 기나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18년 텍사스에서 빅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다. 33세 362일. ‘최고령 메이저리그 데뷔’라는 인간 승리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2019년 지바 롯데, 2020년 대만리그에서 뛰었고, 이제 롯데에서 피칭 코디네이터로 활동한다. 한국 야구의 기존 코칭이 효율적 투구폼을 찾는 ‘메카닉’ 위주였다면, 맨 코디네이터는 어떤 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던질지를 돕는 ‘게임 플래닝’에 강점을 지녔다. 드라이브라인에서 5년 동안 훈련해 초고속 카메라 등 최신 트래킹 장비를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롯데 성민규 단장은 “오랜 실패의 경험 덕분에 여러 가지 길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드라이브라인 시스템 접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2군 투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LG 이종범 작전·3루 코치의 역할도 주목된다. 승부처에서 1점의 생사를 가르는 3루 코치는 감독의 ‘복심’으로 불린다. 경험이 필요한 베테랑의 자리면서도 이 때문에 감독보다 ‘선배’가 맡는 경우는 드물다. 이종범 코치는 류지현 신임 감독보다 1년 선배다. 게다가 류 감독은 유능한 3루 코치 출신이어서, 이종범 코치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계산보다 감각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야구 천재’였던 이종범 코치의 활약이 기대된다.
2021시즌, 새로운 코치의 세계가 열린다. 한국 야구가 또 바뀌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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