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의결권 3%룰' 적용..올 주총, 소액주주 힘 보여줄까
[경향신문]
의결권 20% 이하 대기업 113곳…금호석화·삼성전자 첫 적용 유력
적대적 감사위원 선출, 이론상 가능하지만 기업들 방어 수단도 많아
전문가 “소액주주 적극적 참여 없다면 불필요한 규제로 남게 될 것”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 상법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 처음으로 적용된다. 총수일가가 유죄 판결을 받은 회사 중 사외이사 감사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곳이 당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KB금융지주에서 소액주주 추천 감사위원이 선임된 적이 있지만, 비금융권 대기업에서는 아직 나온 바 없다.
■ 소액주주 추천 감사위원 나오나
1일 현재 개정 상법 적용이 유력한 대기업은 금호석유화학과 삼성전자 두 곳이다. 배임 횡령 등으로 총수가 유죄 판결을 받은 금호석유화학은 4명의 감사위원 중 올해 2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상법은 감사위원회를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도록 한 만큼 최소 1명 이상의 사외이사 선임을 해야 한다. 3분기 공시를 보면 금호석유화학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24.87%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상법 개정으로 총수일가 의결권은 개인마다 3%로 제한됨에 따라 13.07%로 줄어든다. 최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가 독자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하면서 박 회장이 지지하는 감사위원이 선출되지 않을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감사위원으로 활동 중인 사외이사 3명 중 1명의 임기가 올해 만료되는 삼성전자도 소액주주가 추천한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상법 개정에 따른 의결권 제한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약 21%에서 14.69%로 낮아진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 상속이 이뤄지지 않아 의결권 행사가 어려울 수 있는 점도 변수다. 만약 지분 모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총수일가 의결권은 약 11.5%까지 낮아진다.
국민연금 의결권도 3.6% 수준까지 낮아지지만 소액주주 의결권이 78%에 달하는 만큼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출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감사위원을 둔 대기업 계열사 209개사 가운데 소액주주가 추천한 감사위원이 뽑힐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절반을 웃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최근 펴낸 보고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도입의 효과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추천 대상회사 분석’을 보면 감사위원을 둔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는 209개사였다. 이 중 외부주주가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주주제안 방식으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회사는 147곳이었다.
■ 찻잔 속 태풍 우려도
이들 회사 중 상법 개정 이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이 20% 미만인 곳은 전체 209개사 중 54%인 113곳이다. 소액주주가 추천한 감사위원이 선임될 가능성이 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총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분석대상을 감사위원을 둔 전체 상장사로 넓혀도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미만인 회사에서 적대적인 사외이사가 선임된 경우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상법 개정 이전에도 이미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이 21.2%로 적대적인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이 있었지만 실제 선임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기업들이 선제방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감사위원을 뽑을 수 없도록 현재 감사위원 수를 상한으로 두는 정관개정안을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 회사가 내부 추천한 최장 3년 임기짜리 감사위원 후보를 분리 선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소액주주들은 차기 감사 선임까지 3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제대로 된 감사위원 후보자를 선출하지 못한다면 제도는 불필요한 규제로만 남게 된다”며 “개정법률이 처음 적용되는 이번 주주총회에는 주주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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