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동의 우선" "소상공인에 피해"..애플·페북 갈등 고조

조미덥 기자 2021. 2. 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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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보완책 둘러싸고 공방

[경향신문]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데이터 통한 이익 증대 ‘충돌’

애플의 새로운 사생활 보호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진 애플과 페이스북 간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양사 최고경영자(CEO)인 애플의 팀 쿡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공개 석상에서 상대 회사를 저격했으며 페이스북이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한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양사의 대립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국내 모바일과 데이터 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말 애플이 모바일 운영체제 ‘iOS 14’부터 사용자의 검색 활동과 사용 기록을 수집하려면 사전 동의를 받게 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올해 들어 새로운 운영체제가 가시화하면서 갈등은 격화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콘퍼런스에서 “만약 한 기업이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한(misleading) 이용자와 데이터의 부당한 이용, 전혀 선택권이 없는 선택에 기반하고 있다면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며 “그것은 개혁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공적 신뢰를 무력화하거나 폭력 선동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추천되는 알고리즘을 비판하며 “이런 방식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지칭하진 않았지만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애플, 페이스북 공개 지목하며
“데이터 사용 허가 받아야할 앱”
페북 “자사앱 혜택, 타사만 규제”
애플에 반독점 소송 제기 검토

애플은 같은 날 보도자료에서 데이터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할 앱으로 페이스북을 예로 들었다. 페이스북 앱을 깔 때 ‘페이스북이 당신의 활동을 다른 회사 앱과 웹사이트에 걸쳐 추적하는 것을 허락할까요?’라고 팝업 창을 띄워 동의를 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보도자료에 페이스북을 콕 짚을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그는 지난달 27일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의 정책은 개인화된 (맞춤형) 광고에 의존해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었던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폰에 기본 탑재된 메신저 ‘아이메시지’를 예로 들며 “애플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앱의 작동 방식을 방해할 유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자신의 이익을 쫓아 움직인다”고도 했다.

사용자 기록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로 수익을 내는 페이스북은 애플의 새로운 정책이 보편화되면 자사의 수익 모델이 작동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업체 탭리서치의 조사에선 85%의 응답자가 앱 추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미 언론 보도를 보면 페이스북은 애플이 자사 앱에는 혜택을 주고 페이스북과 같은 타사 앱에는 까다로운 규제를 강요한다는 이유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측의 갈등에선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활용을 통한 이익 증대의 가치가 정면으로 맞부딪힌다. 애플은 소비자의 지지를, 페이스북은 소상공인의 지지를 명분으로 삼고 있다. 여론에서는 소비자를 등에 업은 애플이 일단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는 지난달 31일 “1990년 식품 포장에 영양 성분을 명시하게 했을 때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고 반발했지만 사용자들은 곧 적응했다”며 “프라이버시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에게 공개하는 게 맞다”고 보도했다. 향후 미 당국의 독점에 대한 판단이나 양사의 소송 결과에 따라 전 세계 IT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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