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북한 원전건설 문건 하루만에 공개로 전환한 이유는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내부문건인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을 전격 공개하고 나선 배경엔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일 뿐, 정부가 북한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하면서도 관련 문서 공개는 거부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상황은 하루만에 급변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짓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야당의 주장을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라고 규정하면서 맹비난하고 나선 것. 문 대통령은 이어 야당을 향해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까지 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면서 ‘북한 원전 문건’에 대한 정치권의 진실 공방이 격화되자, 산업부가 관련 문건 전문을 공개해 서둘러 논란의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는 해석이다.
산업부도 원문을 공개한 직후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논란이 불필요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해당 사안이 현재 재판중인 사안임에도 불필요한 논란의 종식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감안해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자료 원문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치는데 3~4일 정도 시한이 걸리지만 산업부는 이를 하루 만에 신속하게 처리했다. 산업부는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에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이며,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어 그대로 종결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문건에선 3가지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시나리오가 담겼다. △북한 내 원전 건설 △비무장지대(DMZ) 건설 △신한울 원전 3ㆍ4호기를 통한 전력 송전 등이다. 첫 번째 방안에선 북한 내 원전을 건설할 지역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부지인 함경남도 금호지구가 지목됐다. 설치할 원전 노형으론 최신식 기술이 적용된 ‘APR1400’이 꼽혔다. APR1400은 신한울 원전 3ㆍ4호기에 적용된 원전으로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고서는 “해당 지역은 북한이 (원전을 건설하길) 희망한 지역으로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다”며 “지질조사와 부지정리가 상당 부분 진행돼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 내 원전을 건설할 경우 사용후핵연료 통제가 어려워 미국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두 번째 방안은 DMZ 내 원전 건설이다. 남한과 북한의 접경지역이어서 핵물질에 대한 상호간 감시를 통해 통제가 용이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됐다. 특히 이 지역에는 원전 노형으로 수출형 신규노형인 ‘APR+’를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평화지역인 DMZ에 수출형 신규노형인 APR+를 건설, 핵의 평화적 이용과 원전수출 지원이란 상징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방안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이 백지화된 신한울 원전 3ㆍ4호기 건설을 재개, 전력을 생산해 북한에 송전하는 방식이다. 종합설계, 토지조성, 실시계획 협의 등이 완료돼 가장 신속히 추진할 수 있고, 남한 내 원전을 활요하는 만큼 핵물질 통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원전 전문가는 “대북 전력 송전 방안은 정동영 전 의원이 과거 200만 킬로와트(㎾) 대북전력 송전 제안 등 여러 번 언급됐던 방식”이라며 “사용후핵연료도 우리 정부가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보고서에서 사용후핵연료만 핵무기로 도용되지 않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북한 내 원전 건설을 가장 설득력 있는 방안으로 결론지었다. 사업 추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다, 남한이 아닌 북한 내 건설하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도 배치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는 금호지구 인근에 APR1400 2기와 사용후핵연료 저장고를 건설하고 방폐장도 단계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보고서는 “북미 간 비핵화 조치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는 한계가 있다”며 “원전 건설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세부적인 추진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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