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한 미얀마 군부, 권력 약화 우려..5년 만에 '역사 거꾸로'
[경향신문]
수지의 NLD, 83% 의석 차지
군부는 ‘부정 선거’ 의혹 제기
6월 퇴진 예정인 최고사령관
군부가 만든 헌법 근거로 활용
미·일 ‘비판’ 중국은 ‘관망’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게 됐다. 1962년 네윈 육군총사령관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53년 동안 이어진 군부통치 시대가 2015년 총선을 통해 막을 내렸지만, 5년 만에 다시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83%가 넘는 의석을 차지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이날 쿠데타를 일으키고 선거 무효를 선언했다. NLD는 군사 독재 시절이었던 1990년에도 전체 의석의 82%를 차지했지만 군부가 선거 결과 인정을 거부하면서 집권에 실패했다. 문민정부 출범 5년 만에 30여년 전과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다.
미얀마의 민주화는 근본적으로 군부와의 ‘불안한 동거’ 속에 이어져 왔다. 미얀마 헌법은 2008년 군부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미안먀 군부는 문민정부에 권력이 이양된 이후에도 자신들이 만든 헌법을 근거로 연방의회 의석의 25%를 선거와 상관없이 보장받았고, 국방·내무·외무 등 주요 부처 장관의 임명권을 독점해 왔다. 특히 헌법에는 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군 수뇌부에 행정·입법·사법권까지 넘길 수 있다는 조항까지 담겨 있는데, 미얀마 군부는 이를 이번 쿠데타의 근거로 활용했다.
AP통신은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말을 인용해 현행 미얀마 헌법을 ‘기다림 속의 쿠데타 메커니즘’이라고 표현했다.
수지 고문은 지난해 2월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군부가 25%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에서 통과 기준인 75%의 동의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이 때문에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불리며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던 수지 고문은 집권 이후에도 군부의 눈치를 보며 민주화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쳐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수지 고문은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을 방관했고, 심지어 로힝야족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군부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지 고문은 결국 길고 긴 투쟁과 15년간의 가택연금 등을 거치며 어렵게 일군 민주화의 성과를 다시 군부에 내어주고 구금되는 신세가 됐다. 수지 고문은 구금되기 직전 “쿠데타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며, 미얀마 국민들을 향해 “모두 쿠데타에 저항해 달라”고 촉구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쿠데타의 이유로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선거를 연기하지 않은 데다, 유권자 사기 의혹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지만, 진짜 이유는 그동안 축적한 부와 권력을 뺏기지 않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일본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고 구금된 인사의 석방을 촉구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은 버마 군부가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다른 민간인 당국자들의 체포를 포함해 민주적 이행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마는 미얀마 정부가 국명을 미얀마로 바꾸기 이전의 국명으로, 백악관은 성명에서 버마와 미얀마를 혼용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며 관망적 태도를 보였다.
미얀마 역사학자인 탄트 민트 우는 “미얀마는 이미 엄청난 빈곤율과 깊은 인종·종교 갈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이번 쿠데타로 얼마나 더 참혹한 사태가 빚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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