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첫날에 해고자가 된 교사 6명..교문 앞 선생님 본 학생 달려와 '와락'
[경향신문]
재단 “재정 악화” 해고 통보
“체불 임금 소송에 보복 해고”
30여명 동료교사, 철회 촉구
“어젯밤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생계 걱정에 앞서 1학년 2반 우리반 학생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개학날 담임선생님을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1일 오전 7시50분, 전북 완주군 구이면 전주예술중·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오도영 교사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학교에서 지난해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교사 6명 중 한 명이다. 이들은 1월31일자로 해직돼 당장 2월부터 교단에 설 수 없다.
오 교사는 “오늘이 개학일인데 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날 수 없으니 교문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학생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95년 전주예술중·고 개교 시절부터 26년을 재직했고, 2020학년도에는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다.
교문 앞에는 해고를 당한 교사들 외에 동료 교사 30여명이 자리를 함께하며 ‘보복성 부당해고 철회’ ‘복직 촉구’를 재단 측에 요구했다. 이날 등교를 하던 학생 몇 명은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학생은 “학교 사정이 어려운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정든 선생님들과 하루아침에 인연을 끊으라는 것은 가혹하다”면서 “학교 재정을 살리면서 선생님들과도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구책 모색 않고 일방 단행”
전교조, 복직 요구 항의 집회
교사 “평생 열정 쏟았는데…”
전주예술중·고는 전북지역 유일한 특수목적 사학재단이다. 이 학교 교사 6명은 지난해 12월29일 재단이 등기로 보낸 ‘해고 예고통지서’를 받았다. 중학교에서는 오 교사가 유일했다. 통지서에는 ‘근로기준법 24조 1항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1월31일부로 해고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해고 교사들은 보복해고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체불 임금 등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자 보복성 해고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단 측은 재정 악화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자립형사립고인 예술고는 중학교와 달리 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학생 1인당 150만원(1분기)의 수업료를 받아 운영해온 학교는 신입생이 급감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예술고 정원은 210명(7학급)인데 69명을 채우는 데 그쳤다. 지난해 신입생은 140명이었다. 2018년부터 체불된 교사들 임금은 6억원이 넘었다.
재단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사립학교법 및 기타 교육 관계법령에 따라 교원을 면직한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24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거해 적법하게 근로자를 해고한 것이지 부당해고가 아니다”라며 “일반고 전환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구조조정도 줄어든 학생 수에 맞게 학급 수를 조정하라는 교육청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최수경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은 “재단 측이 전입금 확충 등 합리적인 자구책을 모색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일방적인 보복해고를 단행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앞으로 10일간 등교시간에 맞춰 복직을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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