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된 아이들 앞에서 한 약속 잊으셨나요"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
청와대 앞에서 1년 넘도록 피켓 농성을 하고 세 달 가까이 노숙 농성을 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오늘(1일) 농성을 멈추기로 하고,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등은 오늘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시민들과 주말 촛불집회를 이어가겠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날은 지난해 11월 5일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가 노숙 농성을 시작한 지 89일째, 4·16 세월호참 가족협의회가 노숙농성을 한지 40일째, 피켓 농성을 한지 447일째 되는 날입니다.
오랜 기간 노숙 농성을 해온 전 씨는 "진상규명을 위해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엄마, 아빠들에게 너무 잔인하다"며 "진상규명을 해주겠다고 약속한 대통령님은 얼마나 기다려야 답을 주시겠냐"고 물었습니다.
전 씨는 "전 정권에서는 단식하고 삭발하며 목소리 내고 싸울 수라도 있었는데, 싸워서 바뀐 정권은 희망 고문을 하며 '기다리라'고만 한다"면서 "대통령의 대답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어 "함께 도보하시며 힘들어하는 부모들을 안아주셨던, 진정으로 제발 그 마음으로 돌아오셔서 지금 당장 약속을 이행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고 정동수 군의 아버지 정성욱 씨도 문 대통령을 향해 "가족들과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 앞에서 한 약속들을 잊으셨냐"면서 "정녕 대통령이 되려고 희생자와 아이들을 이용한 것이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숙농성하면서 진실된 진상규명 의지를 기다렸다"면서 "아이들 앞에서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길 진정으로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의원 시절 광화문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단식하며 진상규명을 강력히 요구하고, 취임 초기에는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참사 후 진상 규명을 요구해온 세월호 유가족은 정권 교체 뒤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시위를 멈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1년 2개월 만에 발표된 검찰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는 7년 가까이 기다려온 유가족들의 항의 시위에 기폭제가 됐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한 특수단 수사 결과에 대해 우리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며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진상규명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한들 믿을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정권과 싸운 2년 11개월보다 문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기다려온 시간이 더 길다"며 "임기 내에 진상규명을 하겠다던 약속을 지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7주기까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약속을 이행하고 특히 검찰 특수단의 수사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과 새로운 수사 의지를 표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앞서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겠다"던 검찰 특수단은 지난달 19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17건의 세월호 참사 의혹 가운데 15건을 불기소 처분 및 처분 보류했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된 임경빈 군 구조 지연 의혹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청와대의 세월호 초기 수사 외압 의혹 등 대부분 의혹이 무혐의 처분된 겁니다.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진상규명에 나서달란 취지로 수사요청을 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는 "특수단의 수사 결과 근거가 대부분 피의자들의 진술과 기존 재판 결과에 그쳤다"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특히,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고, 황교안 전 장관과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에 대해 서면 조사만 진행한 점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유가족들은 지난달 22일,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 없이 참사 피의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항의하며 삭발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청와대 앞 노숙 농성을 접는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앞으로는 시민들과 함께 매주 토요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서 '다시 촛불! 다시 세월호!'를 주제로 촛불을 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조을선 기자sunshine5@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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