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은 연구용"이라더니..실험 결과 홍보 활용한 한수원
[앵커]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문제가 발견된 실험은 연구용이었을 뿐이다, 또, 실험조건도 한계가 있어서 원전 안전과는 연관이 없다.. 이런 주장입니다.
그런데 한수원은 해명과 달리 이 실험을 통해 원전의 안전성이 입증됐다면서 동영상까지 만들어 홍보했습니다.
이재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수원은 최종 보고서 발간 뒤 동영상 세 편을 만들었습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홍보자료로 쓰겠단 계획이었습니다.
이 동영상을 KBS 취재진이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독일 실험에서는 사고 시 물이 뿌려지는 환경에서 불붙은 촉매 가루가 날렸는데, 같은 환경에서 수소 폭발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합니다.
["살수 작용 또한 혼합을 촉진하므로 수소 폭발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입증해 주었습니다."]
최종 보고서에서 일부라도 언급했던 수소제거장치의 낮은 제거율 문제도 영상에선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80% 이상의 높은 수소제거효율을 보여주었고…"]
독일 실험은 연구 개발용이어서 실제 안전성 입증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던 한수원.
정작 동영상에서는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PAR(수소제거장치)가 수소 폭발을 예방하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이며, 안전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KBS의 질의에 대해 한수원은 실험이 이뤄진 독일 시설이 '매우 협소한 인공 구조물'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최적의 실험 환경을 재현했다며 해명과 다른 설명이 나옵니다.
["국내원전의 특성을 반영한 대형 실험시설에서 수소 거동에 대한 실증실험을 수행함으로써…"]
실제로 해당 독일 실험시설의 크기는 60㎥로 세계 4위급 규모입니다.
한수원은 또 실험 조건이 실제 운전 조건보다 훨씬 가혹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수소제거장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할 중대사고 시 원전 내 환경은 실험 조건보다 더 가혹하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박종운/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 "중대사고 환경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보통 해외에서는 좀 더 보수적으로, 매우 심각한 가혹한 환경에 처했다고 가정을 하고 분석도 하고 실험을 해서…"]
한수원은 이 동영상을 전국 12개 홍보관에서 틀고, 실무 교육 자료로도 썼습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 김형준/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이근희
[앵커]
남는 의문은 왜? 한수원이 실험에서 드러난이런 문제들을 숨기거나 축소하려 했냐는 겁니다.
한수원 측은 일부러 감추려는 의도가 없었다, 이런 입장이지만 KBS 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런 해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련 보도는 내일(2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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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기자 (lee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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