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폭격장 대신 비행장?..아물지 않는 매향리 '상처'
[앵커]
매향리, 매실 향기가 난다는 이 마을을 아십니까. 반세기 넘게 미군의 폭격 훈련장으로 쓰였던 경기도 화성의 이 마을은 매실 대신 폭약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훈련장은 없어졌지만, 비행장이 들어올지도 모른단 소식에 주민들은 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
바다가 보이는 곳입니다.
갯벌의 끝자락 매향리는 먹거리가 풍부한 바닷가 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입구 앞에 포탄이 걸려있습니다.
모형처럼 보이지만 실제 훈련에 사용했던 포탄입니다.
지금은 눈과 비를 맞아 다 녹슨 상태인데요.
이곳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 마을일까요.
비극이 찾아온 건 반세기 전이었습니다.
[최희일 : 폭격장을 갖다가 설치를 해서 어느 날 갑자기.]
[김미경 : 주말에 딱 그 현관문 밖을 나서는데 폭격기가 지나가는 거야.]
종일 굉음이 이어졌습니다.
[박순자 :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사격을 했잖아. 금요일까지 했나요?]
[최희일 : 조종사가 그냥 비행기에서 앉아 있는 것이 이렇게 눈으로도 그냥 이렇게 보고 보여요.]
악몽의 시작이었습니다.
[박순자 : 뚜두두두, 계속 나는 거죠 뭐. 그러니 애들이 경기하죠.]
[한승철 : 소들이 쿵쿵 뛰면서 울타리를 넘어가다가 찢어져서 꿰매기도 하고…]
[김미경 : 처음 제가 경험했을 때는 정말 여기서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을 경험을 크게 해가지고…]
마을 이곳 저곳에 포탄이 떨어졌고.
[한승철 : 탄피가 떨어져. 그 탄피를 주우려고 그 사격하는 데 가서 막 비 오듯 쏟아지는 거야.]
[전만규 :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장애에 의한 자살. 자살한 숫자가 오폭이나 불발탄에서 죽은 숫자보다 훨씬 더 많아요.]
사람도 많이 다쳤습니다.
오폭과 불발탄으로 8명이 숨졌습니다.
주민들은 투쟁했고, 2005년 사격장이 폐쇄됐습니다.
[박순자 : 조용하게 진짜, 평화공원으로 해서…]
[김미경 : 소름 끼치는 소음이라는 게 없어졌으니까. 평화가 뭐라는 것을 이제 아셨고…]
주민과 함께 훈련 표적이었던 섬을 찾았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게 농섬입니다.
수풀이 짙어서, 한자로 짙을 농자를 써서 농섬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나무가 거의 남지 않았는데요.
사격 훈련의 표적이 됐던 곳입니다.
매향리 해안가에서 1.5km 거리인데, 어떤 상황일지 들어가 보겠습니다.
곳곳에 여전히 포탄이 박혀있고, 쌓여 있기도 합니다.
썰물 때엔 걸어서 농섬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국방부에서 정화작업을 했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스스로 포탄을 치워 나가고 있습니다.
물이 빠져나가면 여전히 지난날의 흔적들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전만규 : (주민들이) 수년간에 걸쳐서 수거를 했거든요. 지금도 이렇게 노출 되는 이 포탄들을 계속 수거를 하고 있고요]
남아있는 포탄처럼 아픔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폭격음은 이제 멈췄지만 주민들은 지금도 소리치듯 말을 합니다.
[박순자: 여기 사람들 목소리가 다 커요. 그냥 소리 지르듯 해요.]
[박태운 : 비행기 소리 때문에 말은 못하니까 말소리가 전부 크다고. 나부터도 목소리가 커졌어.]
병도 찾아왔습니다.
[최희일: 소음에서 오는 정신 착란이고… 조현병이니 뭐니.]
[박태운 : 귀에서 소리가 나는 거예요. 매미우는 소리인거 같고. 점점 심해진거예요. 병원에 진료하니까 못고친대.]
또 다른 걱정이 생겼습니다.
전투비행장이 근처로 올 수 있다는 것.
지난해 7월 군공항이전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화성 시민 반대로 심의는 일단 보류됐습니다.
[김미경 : 또 다시 아픔을 경험해봐라 하고 가는 거잖아요.]
[박태운 : 폭격을 50년 넘게 피해를 본거 아니야. 일로 내려오면 도로 마찬가지야.]
수원시는 매향리가 직접적으로 소음 피해를 받지는 않을 거라는 입장입니다.
[수원시청 관계자 : (매향리는) 소음 피해 구역에 해당하지 않고요. 지원계획에 포함을 시켜서 주변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마련하도록…]
매향리 주민은 누구보다 소음 피해의 고통을 이해하는 만큼 함께 대책을 만들어보자고 합니다.
[전만규 : (저희도) 더 이상 수원 시민들이 전투기 극심한 소음 피해를 겪지 않기를 바라거든요. (하지만) 매향리 화성호로 이전한다고 하는 거는 그거는 우리 매향리 주민들을 또다시 전쟁 지옥으로 이렇게 몰아 넣는…]
오랜 세월 폭음과 함께 살아온 땅덩어리 매향리입니다.
강요당한 희생으로 주민들이 떠안은 상처 역시 현재진행형입니다.
매향리에는 언제쯤 온전한 봄이 찾을 수 있을까요.
(VJ : 최효일 / 영상그래픽 : 서정민 / 인터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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