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첫 파업 왜..정규직화 정책 헛바퀴, 건보공단은 시간 끌기

정대연 기자 2021. 2. 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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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 구성에 당사자 배제하고 논의도 한 차례 회의뿐
정부, 민간위탁 부문 정규직화 실행 의지 불분명도 문제

[경향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상담사들이 1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이 단체로 일손을 놓은 것은 2006년 고객센터가 생긴 이후 처음이다. 건강보험공단 하청업체 소속인 상담사들의 직영화가 노사 간 핵심 쟁점이다. 계획에 그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이날부터 조합원 940명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12개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 1600여명 중 60%에 이르는 인원이다. 지난달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은 91%에 달했다.

김숙영 지부장은 이날 강원 원주 건보공단 본사 앞에서 열린 총파업대회에서 “도급업체들은 공단 결단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해 대화로 해결하고자 했지만 공단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불편을 겪을 국민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지만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상담사들이 무노동 무임금을 감수하고 파업에 나선 이유를 알아달라”고 말했다.

상담사들의 주된 요구사항은 정규직 전환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하자는 것이다. 고객센터지부는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면담을 요구해 왔지만 공단은 “직고용 문제는 내·외부 반발, 사회문제화 등 사안이 복잡해 ‘고객센터 민간위탁 사무논의 협의회’에서 다양한 논의를 거쳐 방향 설정 및 기준이 먼저 마련된 이후 이사장 면담도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협의회는 상담사들의 정규직 전환 논의를 위해 사측과 정규직 노조, 전문가가 참여해 2019년 구성됐지만 당사자인 상담사들은 배제됐다. 논의도 그해 10월 한 차례 회의를 한 게 전부다. 공단 관계자는 “노노 갈등이 해결되기 전에는 이사장이 먼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협력사를 통해 임금 및 처우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콜센터는 이미 정규직 전환이 완료됐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업무 내용이나 계약 형식 등이 정규직으로 바뀐 고객센터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건보 고객센터는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밀리는 것”이라며 “상담사는 코로나19 시대의 필수노동자로 불리지만 민간위탁업체에서 가혹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의 시간끌기식 태도도 문제지만 현 정부의 민간위탁 부문 정규직화 실행 의지가 불분명한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에서 비정규직을 3단계로 나눠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3단계인 민간위탁기관은 2018년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 전환이 원칙’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에서 개별 기관이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공공성이 강한 상시·지속 업무임에도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정원과 예산의 유연성을 갖기 위해 민간위탁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노무도급 성격이 강한 콜센터, 상하수도 검침, 전산 유지·보수 등은 정부가 정한 정규직 전환 심층논의 대상이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대로 논의한 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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