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증진 종합계획' 속 담뱃값 인상, 실수였나
세금 폭탄론에 후퇴했지만
정부 입장 분명히 정리해야
[경향신문]
“금연 환경 조성을 위해 담배 건강증진부담금 인상 등 가격·비가격 규제를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2021~2030)’을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에 서민 세금 폭탄’ 프레임에 여론은 술렁였고,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는 발표 직후 낸 해명자료에서 “담뱃값 인상폭 및 인상시기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으며 단기간에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여지를 뒀지만, 다음날 추가로 낸 해명자료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추진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종합계획에 담긴 ‘담뱃값 인상’은 실수였을까. 종합계획을 만든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 1분과에서 흡연 파트를 담당했던 백유진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는 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담뱃값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절대 흡연율을 목표 수준으로 낮출 수 없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이 분명한 정책적 목표와 충분한 논의하에 종합계획에 포함됐다는 뜻이다.
백 교수는 이번 종합계획의 핵심 화두인 ‘건강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담뱃값 인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소득층의 높은 흡연율은 사망과 질병 등 건강 문제뿐 아니라 소득이나 생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과 그에 따른 고액의 의료비로 저소득층 가정을 무너트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백 교수는 “금연정책들이 많지만 가장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수단이 가격정책”이라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을 ‘서민 세 부담’ 측면이 아니라 ‘서민 건강 증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다.
논란이 된 ‘담뱃값 8000원’도 정부가 제안한 금액이었다. 복지부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담뱃값 수준으로 건강증진부담금 인상(하겠다)”이라며 “OECD 담뱃값 평균은 7.36달러”라고 명시했다.
종합계획은 법이 정한 의무사항이며 구속력도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은 종합계획에 따라 복지부·지방자치단체 등이 실행계획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장기 종합계획을 여론에 떠밀려 뒤집은 것은 정책 일관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규제 없이 현재 35%에 달하는 흡연율(성인 남성 기준)을 2030년까지 25%로 낮출 방안도 불분명하다. 백 교수는 “정부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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