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

백인성,임종빈 2021. 2. 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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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을 둘러 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1일) 9시 뉴스에서도 이 문제, 들여다 볼텐데 앞서 전해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KBS가 올 초부터 추적해온 국내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한 단독보도입니다.

최근 원전 논란과 관련해 보도 시점을 두고 고민했지만 원전의 안전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매우 엄중한 사안입니다.

KBS는 또 지속적인 취재 내용에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충분한 반론을 담아 보도하게 됐음을 미리 밝힙니다.

10년 전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습니다.

원전 인근은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됐고 지금까지도 오염수 처리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당시 원전 폭발의 원인은 “수소”였습니다.

원자로 안에 있는 연료봉이 녹아내리면서 다량의 수소가 나왔는데 지진으로 정전이 되면서 이 수소를 제거하는 장치가 꺼진 겁니다.

결국 원자로 안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원전폭발이라는 대참사가 빚어졌습니다.

“수소 폭발”

국제원자력기구 IAEA는 여기에 주목했고, 지진 같은 재난에도 이 수소가 폭발하지 않도록 설비를 갖추라고 권고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비했을까요?

한국수력원자력은 정전이 돼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장치, 즉“피동형 수소제거장치”를 국내 모든 원전에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치가 정작 위험한 순간에 제구실을 못 할 우려가 있고, 결함 가능성이 있다는 한수원의 내부보고서를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최근 이런 내용의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접수됐는데 한수원이 보고서 내용을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그럼 먼저,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백인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우리 원전엔 전기가 없어도 수소를 없애주는 장치가 안에 잔뜩 달려 있습니다. 이 역시 후쿠시마엔 없는 거죠."]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동영상에 나오는 이른바 '피동형 수소제거장치'입니다.

원자로 안에서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등 사고가 발생해 수소가 차오를 경우 수소가 이 장치의 촉매를 통과하면서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게 해 원자로 내 수소 농도를 낮춰주는 장치입니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2015년까지 291억 원을 들여 전국 모든 원전에 이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한수원은 사고 상황에서 이 장치가 제 역할을 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2018년 9월 독일의 한 시험기관에 실험을 의뢰했습니다.

실험 대상은 국내 상당수 원전에 설치된 제품을 2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었습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덜기 위한 실험이었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한수원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섭씨 60도, 1.5기압 환경에서 초당 0.2g의 수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실제 수소 제거량은 30~60%에 그쳤습니다.

KBS가 입수한 한수원 내부 보고서는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장치 성능이 구매 시 요구한 규격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한수원은 2019년 4월, 해당 제품을 납품한 업체와 함께 재실험을 했습니다.

그러나 재실험 결과 보고서에서도 수소 제거율은 구매 규격의 50%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런데 이후에도 한수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병령/원자력안전위원 : "수소 제거는 제일 중요한 거예요. 왜냐면 수소가 혹시라도 제거가 안 되면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고, 원전의 안전이라는 것은 백만분의 1, 천만분의 1의 가능성만 보여도 대비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이에 대해 한수원은 독일 실험이 구매를 위한 인허가 목적이 아니라 심층 연구를 위해 추가적으로 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지훈 최민영 이요한 최창준

▼ 불붙은 촉매 가루 날리기도…“사고 위험성 되려 증가” ▼

[앵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진이나 사고가 났을 때 원전이 폭발하는 걸 막으려면 원자로 안에 생기는 수소의 양을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전기가 끊기는 등의 비상상황에서도 수소를 제거하는 이 장치!

성능이 절반에 그쳤다는 겁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원전사고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실험해보니 이 수소 제거 장치에서 고온의 불꽃 가루, 즉 불티가 날리는 게 확인됐습니다.

이럴 경우 수소폭발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어서 임종빈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8년 독일에서 실시된 실험은 모두 7차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초기 압력과 온도, 증기 농도 등을 바꿔가며 원자로 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실험한 겁니다.

이 가운데 장치의 촉매 온도가 500도가 넘어가고 추가적인 수소 제거를 위해 물이 뿌려지는 등 실제 원전 중대사고 상황과 비슷한 환경을 만든 두 번의 실험에서 특이한 점이 관찰됐습니다.

수소제거장치의 촉매가 떨어져 가루로 흩날린 겁니다.

촉매 가루는 수소와 반응하면서 관찰 시작 1분 만에 고온의 불꽃으로 변했습니다.

[독일 실험 담당 직원 : "바로 저기에서 '츠' 하는 소리가 나네요. 재결합기(수소제거장치)가 보이네요. 저기에서 나오는 건가요 아니면…"]

보고서는 이렇게 불붙은 촉매가 날리게 되면, 넓은 범위의 수소연소를 일으켜 원자로 내부의 압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장치가 오히려 수소 폭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이런 게 일어나면은 안 되는데… 이거는 정말 직격탄이에요. 일단 격납건물 내에서 불꽃이 일어나면 안 돼요. 물론 단열도 있고 하지만 가연성 물질이 많거든요."]

보고서는 또 실험 뒤 코팅된 촉매 상태를 확인한 결과 표면 손상이 관찰됐다며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적시했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 역시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수원은 촉매 가루가 불티로 날리는 데 대해선 '이상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창현/한수원 중대사고 해석그룹장 : "한 번을 가지고 문제가 있다 아니다 뭐 가능성이 있다라고 일반화 할 수 있는 그런 데이터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거죠."]

또한 한수원은 실제 장치의 운전 조건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라며, 당장 장비 교체 등 후속 조치에 나설 사안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임종빈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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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빈 기자 (chef@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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