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올라와라"..배달 노동자들 '갑질 아파트' 진정
[앵커]
음식을 배달하러 온 배달 노동자들은 짐을 싣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라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아파트 입구에 세워놓고 걸어서 들어오라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아파트들의 방침을 고쳐달란 내용의 진정서를 배달 노동자들이 오늘(1일) 인권위에 제출했습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음식을 배달하러 온 오토바이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차단기가 열리지 않습니다.
아파트 정문 앞 인도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노동자가 걸어 들어갑니다.
인도에 세워진 배달 오토바이들이 여러 대입니다.
차량 진입이 안 되는 '차 없는 아파트'도 아닙니다.
아파트 울타리 너머 도로엔 택배 배달 차량과 우체국 오토바이가 보입니다.
배달 오토바이만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전성배/배달 노동자 : 보통 아파트가 10분에 배달할 것 같으면 이런 아파트는 20~30분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굉장히 기분이 불쾌한 때가 있고요. 돈을 1000~2000원 더 준다고 해서 저희가 오고 싶은 건 아니에요.]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아파트도 많습니다.
배달 노동자가 들어오자 신상명세를 적게 한 뒤 화물 승강기로 안내합니다.
[돌아가신 다음에 문 열고 들어가시면 화물 엘리베이터 (화물 엘리베이터 타라고요?) 저한테 뭐라고 말씀하지 마시고…]
근처의 다른 아파트엔 '배달전용'이란 표시까지 붙었습니다.
[이준호/배달 노동자 : 돈이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라는 게 있잖아요.]
화물 승강기는 한 대뿐입니다.
수십 분이 금방 흘러가도 합니다.
[전성배/배달 노동자 : 택배 기사분들 같은 경우에는 층층이 배달하시잖아요. 그걸 다 기다려야 하거든요.]
배달 노동자들은 이런 아파트 목록을 '갑질 아파트'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리 알아도 배달 장소를 고르기 어려워 피할 수 없습니다.
[이준호/배달 노동자 : 인공지능(AI) 배차 너무 거절하면 좀 그렇잖아요.]
배달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오늘 인권위에 이런 아파트 103곳의 목록과 방침을 개선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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