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윤석열과 '대화 시그널'..관건은 이성윤
[경향신문]
윤, 취임식 30분 전에 축하 예방…“서로 덕담 나눴다”
박,‘대면 협의’ 뜻 내비치며 검 개혁 강조해 불씨 여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취임식을 30분 앞두고 박 장관을 찾아가 축하 인사를 했다. 박 장관이 검찰 인사에 대해 윤 총장과 ‘대면 협의’할 뜻을 밝히면서 추미애 전임 장관 때 갈등과 충돌로 점철됐던 장관·총장 관계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9시29분쯤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며 취재진에게 “장관님 취임 축하 예방차 왔다”며 “취임 축하 인사드리고, 관례상 잠깐 차 한잔하고, 취임식을 하셔야 해서 특별히 깊은 얘기를 나눌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오전 9시46분쯤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는 “서로 덕담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 10시에는 박 장관의 취임식이 열렸다.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징계 청구와 법정 다툼으로 치달은 끝에 추 전 장관의 퇴임으로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후임자인 박 장관의 입장에서 윤 총장과 또다시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박 장관은 검찰 조직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취임사에서 “법무·검찰 구성원과도 수시로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며 “윤 총장과 조금 전에 직접 만났다. 대문만 열어놓고 장관실 문은 걸어 잠그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서로 언제든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달 중으로 예상되는 검찰 고위·중간 간부 인사에 대해 윤 총장과 직접 만나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박 장관과 윤 총장의 만남에 대해 “검찰 인사에 관한 언급은 없었으며, 조만간 인사에 관한 총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검·언 유착’ 의혹 사건 등을 놓고 윤 총장과 대립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의 인사가 관건이다. 추 전 장관 때는 장관이 총장의 대면 협의 요청을 거절하고 검찰 인사를 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추 전 장관은 두 차례 인사에서 윤 총장 측근들을 좌천시키고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검사들을 요직에 앉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박 장관은 검찰총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검찰총장은 모든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총장이라 분권화가 절실하다”며 “총장의 권한을 고검장이나 지검장, 각 검사에게 상당 부분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인권침해를 막을 방안으로 “으뜸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 장관과 윤 총장은 사법시험(33회)·사법연수원(23기) 동기다. 박 장관은 청문회에서 “장관과 총장의 관계는 단 1의 사적인 감정이나 정서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박 장관은 2013년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한 뒤 징계를 받자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슬프다”고 적었다. 윤 총장이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비리 의혹 수사를 하자 적대관계로 돌아섰다. 박 장관은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질타했다. 윤 총장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냐. 예전에는 저한테 안 그러지 않았냐”며 맞섰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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