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북 원전 공세 대선까지 악영향 줄라' 강경 맞대응
[경향신문]
대북 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걸림돌 판단
남북정상회담 당시 인사들까지 ‘방어 전선’ 구축 가세
여권이 1일 보수야당의 ‘북한 원전 건설 의혹 제기’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기 후반기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로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으로 대표되는 대북 관계 개선과 미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전략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다. 여권 입장에서는 짧게는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색깔론 공세’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강하다.
무엇보다 야당의 국정조사·특검 요구가 계속될 경우 ‘정권 재창출’이 걸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번 사안이 ‘최대 악재’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한이 있더라도 의혹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분출하고 있다.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한 여권 반응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구시대 유물 같은 정치”라고 비판한 데 이어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연일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윤건영·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터무니없는 선동” “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전체가 ‘단일대오’로 맞서는 양상이다.
이 같은 강경 대응의 뒤에는 우선 문 대통령이 처한 국내외 정세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다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은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야당의 억지 주장이 계속되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찾아와 여권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위기감은 여권의 ‘미래’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다. 일단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 분위기가 흐르자 여당 의원들이 대거 나서서 ‘방어 전선’을 치고 있다. 다른 보궐선거와 달리 ‘대선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점에서 사활을 걸고 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아픈 옛 경험’도 소환되고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포기 발언을 했다”며 제기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민주진영 전체를 종북으로 매도하는 데 대해 무력했던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고 적기도 했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같은 큰 선거 때만 되면 철지난 북풍공작을 해왔다”며 “수준 낮은 정치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선 관련 자료들을 아예 공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이 국정조사·특검 요구 움직임을 본격화할 경우 보궐선거를 넘어 중장기적인 파장을 끼칠 수 있어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정부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던) USB(이동식저장장치)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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