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우리 영혼은 - 켄트 하루프 [이서수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밤은 누구에게나 외로운 시간이다. 밖은 어둡고, 사람들은 이불 속에서 내일을 기다리며 눈을 감는다. 켄트 하루프의 <밤에 우리 영혼은>은 이러한 밤의 시간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이다.
이웃한 집에 살고 있는 애디와 루이스는 배우자와 사별하고 노년의 시간을 홀로 견디고 있다. 어느 날 애디는 루이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과 함께 밤을 보내지 않겠느냐고. 사랑을 나누자는 게 아니라, 단지 밤을 함께 견디어보자고. 이 말은 초반부에 나온다. 나는 이 구절을 읽다가 나 자신도 당황할 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단지 도입부 몇 장으로 울게 한 소설이 있었던가. 고심하던 루이스는 애디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함께 밤을 견디기 시작한다. 잠옷을 입고 서로의 침대에 누워, 대화도 하고 함께 웃기도 하면서 밤을 보낸다. 차츰 서로를 알아간다. 이제 이들에게 밤은 이전과 다른 시간이 되어간다. 더 이상 외롭지만은 않다.
이 소설은 언제나 나의 머릿속에 있다. 글을 쓸 때에도, 사랑하는 사람 얼굴을 볼 때에도,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조차도. 나는 대낮같이 밝은 시간들이 끝내 어두워지고 말리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아니, 어쩌면 배운 게 아니라 내 안에 잠재된 불안이 현실로 모습을 드러낸 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한낮의 시간이 끝나고 밤의 시간이 올 거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 얼굴을 볼 수 없는 순간,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올 거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슬픔만 느끼는 건 아니다. 나는 온힘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담아야 한다고 매번 다짐한다. 이 책의 힘은 어둠의 긍정이 아니라 밝음의 소멸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다. 그렇게 역설적인 방법으로 나를 어둠에서 빛으로 데려갔다.
이서수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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