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계 대표 대한상의와 최태원 차기 회장의 역할
[경향신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서울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관례대로라면 최 회장은 다음달 24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오르게 된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18만 회원사를 거느린 전국 73개 지방 상의를 대표하는 국내 최대 경제단체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재계의 대표 격이었으나 재벌의 이익을 과도하게 대변한다는 비판과 함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4대 그룹이 탈퇴했다. 이런 과정에서 전경련 대신 대한상의가 재계의 대표 격으로 부상했다. 특히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어서 무게가 남다르다. 위상이 높아진 대한상의와 신임 최 회장의 역할이 기대된다.
최 회장이 맡아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변화하는 경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차기 최 회장을 “4차산업 시대가 오고 있는 변곡점에서 적합한 분”이라고 평했다. 현재 기업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저탄소 경제를 키우는 것은 물론 반도체와 전기차·수소차, 2차 전지,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같은 신성장 산업에서도 세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관련 산업과 기업 간 시너지를 도모하는 노력도 절실하다. 최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에 비해 경영 경험이 많은 맏형 격이어서 역할이 기대된다.
지금 기업들은 자본·노동 투입 위주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이미 국내외에서 기업 평가의 중요 잣대가 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또 SK 8개사는 지난해 11월 국내 기업 처음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위원회’에 가입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이 기업의 혁신을 자극하고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공정경제가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전임 박용만 회장은 합리적인 목소리로 재계를 대변했다. 규제 혁파를 위해 정부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 회장 역시 과도한 재벌 편들기를 벗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노력해주기 바란다. 혹여 경제성장을 빌미로 재계가 개혁을 후퇴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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