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원전' 공세 지속하는 야당, 북핵 외교 ABC도 모르나
[경향신문]
정부가 북한에 비밀리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판문점회담 이후 문건이 작성되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운 배경에 비춰보면 국민적 동의 없이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국회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같은 당 김은혜 대변인은 에너지 분야 협력을 위한 아이디어였다는 산업부의 입장에 대해 “시키지도 않았는데 과장급 공무원이 북한 원전 아이디어를 냈다는 건 궤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핵 외교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주장은 기본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다는 점을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 북한에 원전을 짓는 것 자체가 국제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전 건설은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한 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한 뒤에나 이뤄질 수 있다. 비핵화와 NPT 가입이 이뤄졌더라도 한국이 미국의 원천기술과 라이선스가 포함된 원전을 북한에 지으려면 북·미 간 원자력협정이 체결돼야 한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수출하기 전 미·UAE 원자력협정이 체결된 전례를 떠올려보면 된다. 이렇듯 여러 고비를 넘어서야 비로소 북한 원전 건설을 검토해볼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엄격한 대북 제재를 받고 있다. 2019년 독감약(타미플루)조차도 대북 제재 때문에 보내지 못했는데 하물며 핵 관련 기술과 물자의 이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 산업부가 이날 전격 공개한 ‘북한 원전 건설 문건’을 봐도 야당 공세는 근거가 약하다. 보고서 첫머리에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한국 정부가 마치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을 수 있는 양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야당이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다면 ‘북핵 외교의 ABC’도 모르는 한심한 정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야당에도 북핵 협상에 참여했던 외교전문가들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은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른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이념공세로 한국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야당은 요건도 갖추지 못한 정치공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 후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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