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메타버스(metaverse)
[경향신문]

지난해 9월 방탄소년단(BTS)은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싱글 1위에 오른 뒤 안무 버전의 새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TV나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통한 게 아니었다.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 안에 있는 콘서트장이 발표 무대였다. 그 가상 공간에 아바타 모습의 세계 각지 팬들이 모여 공연을 관람하고 춤을 따라 추며 열광했다. 이 게임의 전 세계 가입자 수는 3억5000만명, 동시 접속자 수는 1000만명 이상에 달한다. 그들은 거기서 놀고 대화하고 즐기며 살아간다. 또 하나의 세상, 열린 세계다.
이처럼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세계를 ‘메타버스’(metaverse)라 한다.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이다.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아바타’와 함께 처음 쓰인 용어다. 단순한 가상 공간이 아니라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현실에 훨씬 가깝거나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사이버 세상을 말한다.
메타버스는 젊은 세대에게 이미 익숙한 일상이 됐다. 어쩌면 그들은 현실보다 메타버스에 더 오래 머물지도 모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밀레니얼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대선 전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들어가 아바타 유세를 펼친 것도 당연해 보인다. 메타버스는 비대면·온라인이 일상화된 코로나19시대의 핵심 키워드로 뜨고 있다. 게임·엔터테인먼트 쪽에서 시작돼 업무·교류·기술 등 영역으로 확산 중이다.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가 온라인 회의나 쇼핑을 하고 명절 차례도 지내는 세상이다. 사람들이 코로나 우울을 달래고자 가상 공간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국립국어원이 1일 메타버스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확장 가상 세계’를 제안했다. 메타버스가 더 이상 낯선 외래어가 아니라 우리말 표현이 필요할 만큼 세간에 통용되는 일상 용어로 간주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메타버스가 더 넓게 펼쳐질 것이다.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는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다. 어디까지가 현실 혹은 가상일까. 나는 메타버스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이미 닥친 고민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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