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갑자기 내던져진 18살.."사회적 부모 필요해요"
<앵커>
복지시설에서 자란 학생들은 대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2월, 이맘때쯤에 자신이 지내던 곳을 나와야 합니다. 겉으로는 어른이 됐지만, 만 18살은 사회에 나가서 모든 걸 홀로 헤쳐나가기에는 아직 쉽지 않은 나이입니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 요즘, 마음 놓고 의지하거나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게 그들은 가장 두렵다고 하는데, 사회적 부모로서, 국가가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안서현 기자입니다.
<기자>
대학 입학을 앞두고 19년간 살던 보육원을 떠나 열차에 몸을 싣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허진이(26세)/보호종료아동 '열여덟 어른' 캠페인 참여 : 눈물이 딱 나더라고요. '이젠 돌아갈 곳도 없고, 마음 둘 곳도 이제 더 이상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생각에 기차에서 가는 내내 울었던 것 같아요.]
보호 종료 아동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자립정착금 500만 원을 받고 자립 수당을 3년간 월 30만 원 받지만, 이 돈으로 경제적 독립이 쉽지 않습니다.
[신선(28세)/보호종료아동 '열여덟 어른' 캠페인 참여 : 수능이 끝나는 날 같은 경우에 신나고 기대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저는 수능이 끝나는 날부터 바로 아르바이트를 알아봐야 했던 것 같아요.]
당장 살 집이 문제입니다.
LH 전세 임대주택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도 걸리고,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신선(28세)/보호종료아동 '열여덟 어른' 캠페인 참여 :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그냥 월세살이하는 게 낫겠다고. 자기가 이용할 수 있는 전세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도 과정이 복잡하고 석 달 정도 이상 걸리니까 포기해버리는 친구도 많아요.]
문제는 휴학을 할 경우, 주거 등 모든 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에 쉼 없이 학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게 부담입니다.
[A 양(19세)/이번 달 보육원 퇴소 : 대학을 다니다가 아프거나 돈을 크게 써야 할 일이 있으면 휴학을 해야 될 텐데, 휴학을 하면 등록금을 제가 다 개인 부담으로 내야 되니까….]
이 조경회사 대표와 직원들은 대부분 보호 종료 아동이었습니다.
이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건 사회생활에 대한 사전 교육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아카시아' (28세)/보호종료아동·회사원 : 어떻게 취업을 하고, 어떻게 생활을 할 거라는 목표를 다 갖고 나왔는데도 안 돼요. 그렇게 했는데도 안 되고요. 그건 그냥 혼자 버려두는 거잖아요.]
자립을 돕는 자립 전담 요원이 있기는 하지만, 전국에 306명뿐입니다.
매년 2천600여 명의 보호종료아동들이 사회에 나오는 걸 감안하면 많이 부족합니다.
[허진이(26세)/보호종료아동 '열여덟 어른' 캠페인 참여 : 자립 생활을 하면서 제가 처음으로 '아, 진짜 버겁다, 힘겹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는 힘이 있고 기운도 있고, 뭔가를 할 수 있는 나에게는 힘이 있는데 할 방법을 모르겠는 거예요.]
[김성민/보호종료아동출신·조경회사 대표 : 어떤 문제가 일어나거나, 어떤 것들을 결정하고 선택해야 할 때 준비되지 않은 저로서는 너무 힘든 거죠. 그 모든 상황들이. 그때 조언을 해주거나 함께 이야기를 나눠주거나 했던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미국에서는 성인이 된 보호종료아동이 시설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줄지 않자 25개 주에서 보호 연령을 21살로 연장했습니다.
그 뒤 만 21세에 대학교 1년을 마치는 확률이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영국은 모든 보호종료아동에게 25세까지 개인 상담사를 지원하고, '가까이 지내기'라는 제도로 보육원 근처에 거주하며 정서적 교류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나라의 보호 종료 아동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는 지난 2016년 이후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익중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 아주 힘들게 잘 키워놓고, 그다음에는 '나 몰라라'예요. 이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모르고 있다면 우리가 정책을 어떻게 만들어요.]
중간에 넘어지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으켜주고 보듬어주는 사회적 부모로서의 책임을 국가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때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김종태, VJ : 김초아, 작가 : 김유미·이지율,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안서현 기자a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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