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모두 신천지 신자로 보여 겁 났지만.. 이제는 그리울 지경"
신천지 대구교회는 여전히 폐쇄
주변 상권도 어려움 겪고 있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대구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패닉의 진원지인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2019년 10개월 만에 10만3,764명 수료'라는 대형 홍보현수막이 내걸렸던 이곳에는 '코로나 확진자 다수 발생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교회 입구에는 여전히 노란색 폐쇄명령서가 붙어 있었고, 건물로 사람이 드나든 흔적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교회 뒷골목에 자리잡은 한 카페 주인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손님 모두 신천지 신자로 보여 겁이 났지만, 이제는 유통기한 지난 재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신자들이 그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교회 봉쇄로 교회 주변 상권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단일 기관단체로는 최고 확진자가 나온 대구교회와 신자들이 주로 살았던 인근 한마음아파트, 신자들이 근무했던 직장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신천지'는 공포 그 자체였다. 국내 31번 확진자로 기억되는 신천지 대구교회가 대구에 남긴 생채기는 1년이 다 되도록 아물지 않고 있었다.
신천지 확진자들이 주로 살았던 성당동 한마음아파트는 겉으로는 활기를 찾았다. 그러나 그 속은 상처투성이였다. 아파트 거주자는 30여명에 불과했고, 추가 입주자도 받지 않고 있었다. 작년 2월 당시 거주자 142명에 비하면 줄어든 숫자다. 지난해 아파트 전체가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될 당시 이곳에는 신천지 신자가 94명이었고 이중 4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1.2㎞ 떨어진 이 아파트는 '신천지 아파트'로 불리기도 했다.
월 임대료 2만3,000원~5만6,000원에 대구 지역 젊은 여성근로자들이 사는 이 아파트는 1985년 건립된 터라 시설 노후화에 따른 새 활용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대구시는 LH와 대구도시공사 등과 협의를 거쳐 보호종료 아동이나 노인을 위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대구시는 소송으로 얽혀있다. 이만희 총회장은 최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지만, 신천지 대구교회 다대오지파장 등 관계자 8명에 대한 대구시의 소송은 진행 중이다. 대구시는 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비용 1,000억원 배상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신천지교회 대구교회 소유 부동산 일부와 이만희 총회장 은행 계좌 등이 가압류된 상태다.
대구시는 지난해 3월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 시설들을 강제 폐쇄했고, 신천지 측은 건물 관리 어려움과 위험 노출 등을 이유로 시설폐쇄명령 무효확인 소송과 폐쇄명령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신천지 측에 따르면 폐쇄명령이 장기화하고 자산이 압류되면서 건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강추위에 교회 내부 곳곳이 동파되면서 물난리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시설폐쇄나 집합금지를 풀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천지 관련 소송은 법원의 결정을 따르겠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폐쇄 명령과 집합금지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신천지 측은 소송과 별개로 코로나19 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신천지 측은 지금까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3차례에 걸쳐 혈장 공여 6,114회 참여했다. 혈장을 9회 공여한 신자를 비롯해 2회 넘게 참여한 신자도 1,561명에 이른다.
교회 측은 또 지난해 2월 후 지금까지 대면 예배를 한 차례도 열지 않고 각종 모임이나 회의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인근 상가들을 적극 이용하는 '착한 소비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신자들에게 방역 수칙 준수를 신신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0시 기준으로 대구지역 확진자는 총 8,317명이며 이중 51.3%인 4,266명이 신천지 신자다. 신천지 교회에서는 지난해 4월 2일을 끝으로 추가 확진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구=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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