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에게 "단지에선 걸어라, 화물칸 타라"..갑질 아파트 진정
<앵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배달 노동자들에게 화물용 승강기만 쓰라고 한다는 내용 보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걸어서만 물건을 나르게 하는 곳도 있고 안전모를 벗어야 출입할 수 있다는 단지도 있는데요.
배달노동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박재현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배달 주문이 왔습니다.
[하필 제일 무거운 거네.]
서둘러 아파트에 도착했는데 주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합니다.
[아파트 경비원 : (되게 무거운 건데요, 이거.) 여기는 차만 들어가요. (택배차도 못 들어가요?) 택배차는 들어가요. 오토바이만 못 들어가요.]
출입 허가받으러 멀리 떨어진 경비실에 갔더니, 개인정보를 등록하고 개인 소지품을 맡기라고 요구합니다.
[아파트 경비원 : 뭐 하나 맡겨주셔야 열쇠 드리거든요.]
평소 5분이면 충분한 일인데 이 아파트에서는 20분이 걸렸습니다.
짐 들고 수백 미터 걷다 보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오토바이 배달원 A 씨 : 무게가 아령으로 치면 10㎏ 이상은 됐어요. 물이랑 음료수였기 때문에 대부분이. (겉옷) 다 벗었습니다, 너무 더워서.]
몸이 힘든 건 그나마 참을 수 있습니다.
일반 엘리베이터 탑승을 거부당하거나,
[오토바이 배달원 B 씨 : 화물칸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고 올라가면서 마치 제가 냉장고나 세탁기가 된 기분이었어요. 이삿짐이 올라가는 듯한….]
음식 냄새난다고 눈총받기도 합니다.
[오토바이 배달원 A 씨 : 내가 냄새 난다고 하는 건가? 잘못 들은 거지만 그렇게 생각이 들고. 괜히 제가 더 위축되고….]
심지어 범죄자 취급받을 때도 있다고 합니다.
[오토바이 배달원 B 씨 : 헬멧을 벗어야 CCTV에 얼굴이 촬영이 되니 헬멧을 벗고. 외투는 왜 벗느냐 했더니 안에 흉기를 숨겨서 넣을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400명이 서울 76곳의 아파트가 단지 내 도보 배달이나 화물 엘리베이터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배달노동자들은 이런 규제가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라며 내일 인권위에 진정을 내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이승진, CG : 이준호)
박재현 기자repl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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