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공연하게 해달라".. 절규하는 대중문화계

이복진 2021. 2. 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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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종사자들 호소문
코로나 발병 이후 1년 넘게 묶여
십수년간 지켜왔던 공연장 줄폐업
가수·연주자들까지 생계 위협받아
2020년 대중음악 공연장 가동률 0%
콘서트 티켓 대행 판매 44억여원
전년 893억 비하면 5% 수준 그쳐
공연기획사·가수 등 비대위 꾸려
라이브클럽 등 집객 형평성 요구
정부 합리적 지원·적극 대화 강조
코로나19 발병 이후 1년여가 지난 가운데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한데 뭉쳐 “공연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빈 좌석만 가득한 서울 홍대의 한 공연장.
“1, 1.5, 2, 2.5단계 거리두기 지침요? 정부 방침 모두 따를게요. 제발 공연만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제발 공연만이라도 진행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한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1년여 동안 대중문화계에서는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요구를 해왔던 과거와 다르다. 공연장 관계자는 물론이고 페스티벌 제작사, 공연기획사, 매니지먼트사, 뮤지션 및 음악감독, 심지어 라이브 클럽 등 소규모 공연장 관계자 등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한데 뭉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중문화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LIAK)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코로나19로 취소된 공연 피해액은 1647억원가량된다. 서울 홍대 20억원을 비롯해 LIAK 회원사 210억원, 전국 1417억원이다. 실제 서울 홍대 한 공연장은 지난해 계획했던 기획 공연 116회 중 절반도 안 되는 37회만 열 수 있었다. 대관 공연은 140회 중 13회만 진행됐다.

티켓 판매 사이트를 통해서도 대중문화 공연이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사의 지난해 콘서트 티켓 대행판매 금액은 44억7600만원이다. 2019년(893억8200만원) 대비 5% 수준이다. 공연수는 362건으로, 2019년(825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B사의 지난해 콘서트 티켓 대행판매 금액은 340억원으로, 2019년(2470억원) 대비 86.2%가량 줄었다.

이처럼 지난해 대중문화계 활동은 처참했다. 그 결과 일부는 무너졌다. 14년 동안 서울 홍대에서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열어왔던 브이홀이 지난해 11월 폐업했다. 이후 무브홀, 퀸라이브홀, DGBD(구 드럭), 에반스라운지 등 길게는 십수년간 홍대를 지켜왔던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다.

이들은 500석 미만의 소규모 공연장으로 록, 재즈, 인디 음악 등을 공연하면서 한국 음악 다양성의 근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들이 무너지면서 공연장 관계자는 물론,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가수나 연주자 등의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더불어 아이돌 가수 중심 주류 음악이 아닌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듣고자 했던 팬들의 선택 폭도 좁아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공연장협회’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중음악 공연장 지원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지난달 25일 ‘한국공연장협회’(이하 협회)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중음악 공연장 지원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회는 라디오가가 라이브홀, 롤링홀, 프리즘홀, 드림홀 등 서울 홍대를 대표하는 공연장 관계자들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대중음악 공연장들은 0%에 가까운 가동률 속에서도 정부 지침에 따라 방역에 충실하며 시설을 유지해왔다”며 “공연장 임차료와 스태프 인건비 등을 고스란히 부담하며 버텨왔으나 현재도 공연은 불가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정부의 공연예술업계 지원 방향이 언택트(비대면)에 맞춰져 있다면 그에 대한 장비 및 기술, 인력 지원을 촉구한다”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지원을 위한 관계 부처와의 적극적 대화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뒤에는 공연기획사, 프로덕션 업체, 운영업체, 가수, 매니지먼트사 등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모인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대정부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대중음악 공연장에서 관객 간 감염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대중음악 공연계의 이런 노력을 믿고, 다른 장르 공연과 집객 형평성을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정부 중점관리시설에만 존재하는 ‘스탠딩 공연장’ 구분 삭제, 소규모 공연장 및 라이브 클럽 집객 기준 완화, 체육시설·전시장·야외시설 등에서의 별도 객석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더불어 비대위는 지난달 25일 대정부 호소문 작성 참여자를 모집했는데, 단 이틀 만에 공연장, 매니지먼트사, 공연 관련 기업 등 300개 업체와 뮤지션, 스태프, 관객 등 765명이 호소문에 서명했다.
지난달 26일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대정부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비대위원으로 활동 중인 신원규 연출감독은 “호소문에 각계각층 다양한 사람, 기업 등이 참여할 정도로 대중문화계 상황이 심각하다”며 “코로나19 방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서 지난 1년간의 데이터를 가지고 실효성 있는 단계별 지침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31일 공연장 객석 띄어 앉기 수칙 일부를 조정했다. 1.5단계와 2단계에서는 동반자 외 좌석 한 칸 띄우기, 2.5단계는 동반자 외 좌석 두 칸 띄우기로 방역수칙을 변경했다. 지금까지 공연장에는 단계별로 1.5단계 동반자 간 거리두기, 2단계 좌석 한 칸 띄우기, 2.5단계 두 칸 띄우기가 적용됐었다. 하지만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침을 변경해도 지자체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해 대중문화 공연 자체를 허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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