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北원전건설 추진방안 v1.1' 전문 공개..4대 의혹 뜯어보니

김상윤 2021. 2. 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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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북한 원전 건설 방안은? 윗선 개입?
②산업부가 원전 건설 포기한 이유
③산업부는 왜 굳이 파일을 지웠나
④김정은에 전달한 USB 내용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원전 지원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상윤 김영환 기자] 문재인 정부가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증폭·확산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의혹의 발원지인 ‘북한 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v1.1’ 자료 원문을 전격 공개했다.

산업부는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며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된 사안”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문건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조만간 국정조사 요구서를 발의할 전망이다. 산업부 원전 담당 공무원들이 문건을 작성한 경위와 위선 개입 의혹을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공개된 문서 등을 바탕으로 ‘원전 북풍’ 관련 주요 쟁점 네가지에 대해 양측 주장의 신뢰성을 검증했다.

북한 원전 건설 방안은? 윗선개입 맞나

국민의힘은 청와대 지시 및 관여가 없으면 산업부 직원이 자체적으로 검토할 수가 없다고 위선 개입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부가 공개한 보고서 서문에는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안 대안에 대한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산업부 각 부서별로 다양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한 자료라는 것이다.

파일에는 △1안: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던 부지 인근에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건설하는 방안 △2안: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3안: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송전(送電)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산업부는 검토의견으로 “1안은 소요시간과 사업비, 남한내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현재 북미간 비핵화 조치의 내용, 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추진방안 도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단서로 달았다. 향후 배핵화 조치가 구체화되고 원전건설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추진체계, 세부적인 추진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고려하면 이 문서는 초기 단계 검토 수준으로 읽힌다.

다만 이 문서만으로 산업부가 구체적으로 왜 북한 원전건설 방안을 검토했고, 실제 북한 원전사업이 추진됐는지 여부는 확인하긴 어렵다. 국민의힘은 “산업부 공무원이 청와대 지시 없이 이를 검토할 수 없다”면서 “국내는 탈원전을 추진하고 북한에는 원전건설을 추진한 것은 모순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부가 北원전 건설안 포기한 이유는

두번째 쟁점은 산업부가 북한 원전 건설 지원 사업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나 공개없이 그대로 종결한 배경이다. 내부에서 검토는 했지만,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이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추진하지 않았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북한 원전 건설은 비핵화가 전제됐을 때 논의될 수 있는 카드다. 특히나 미국과 협의 없이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는 사업이다. 미국과 유엔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북한과 다른 나라와 협력사업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특히 ‘한국형 경수로’의 원천기술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동의·협력 없이 한국이 북한 원전 사업을 지원하는 건 불가능하다. 보고서에도 “사용후 핵연료 통제가 어려워 미국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 협의 등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처리방안이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산업부는 원전 외에 재생에너지발전소와 공급망 지원 사업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초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북한에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공급망 지원을 검토하는 연구팀에 참여했었다”면서 “북한의 전력망은 원전과 같은 대규모 발전소 송전을 감당할 수 없고, 오히려 송전망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태양광 같은 분산형 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시 남북 경협 차원에서 석탄, 원전, 태양광 발전소 등 여러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산업부는 왜 파일을 지웠나

산업부는 북한 원전 지원 문건에 대해 해명하면서도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해당 파일들을 삭제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야당과 보수단체에서는 이를 근거로 북한 원전이 예민한 사안이라 고의적으로 지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530건 삭제 파일 목록을 보면 산업부 공무원이 일일이 예민한 자료를 지웠다기보다는 폴더 전체를 통째로 지운 정황이 짙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파일은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와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v1.1’, ‘에너지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 등이다. 하지만 이 파일의 제목 하단에는 v(버젼) 1.1이 붙어있다. 해당 문건이 ‘브레인 스토밍’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제외한 목록에는 박근혜 정부 때 작성된 파일도 상당수 담겨 있다. ‘160607_국무총리 지시사항’, ‘160905_윤상직 의원님 정리(원전국)’ ‘161201-신에너지정책 작업반 운영 계획(안)’ 등이 대표적이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도 A서기관은 처음에는 원래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다른 내용을 적어 문서를 수정한 뒤 삭제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파일 양이 너무 많자 폴더 자체를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산업부가 2016년 작성된 파일 목록
김정은에 전달한 USB엔 무엇이 담겨 있나

지난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측에 전달한 USB에 해당 내용이 담겼는지도 관심거리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포함된 책자와 프레젠테이션 영상이 담긴 USB에는 ‘발전소’에 대한 제안도 포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문 대통령은 구두로 그걸(발전소) 논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김 위원장에게 자료를 넘겼는데 거기에는 담겨 있다”고 말했다.

당정청은 일제히 발전소 문제와 관련해 “원전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라며 진화 중이고 국민의힘은 USB 내용을 공개하라며 맞서는 상황이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민간 전문가는 “원전은 미국과 조율 없이 남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생이나 화력 발전소에 관한 내용”이라고 했다. 이 전문가는 “남북 경협으로 유도하기 위해 실제 추진될 수 있을 사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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