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인간은 신과 결별할 수 있을까

이규화 2021. 2. 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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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종교는 반드시 동행하는가? 신 없는 인간은 도덕적 존재로서 도덕적 삶을 살 수 없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따라서 신에 대한 회의는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가치인 사랑을 찾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고도로 복잡한 인간의 신체와 우주의 광막함 앞에서 어떤 설계자를 떠올리는 유혹이 강할 테지만,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그리고 무한의 시간은 그것을 설명하고도 남는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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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만들어진 위험

신, 만들어진 위험 리처드 도킨스 지음/김명주 옮김/김영사 펴냄

도덕과 종교는 반드시 동행하는가? 신 없는 인간은 도덕적 존재로서 도덕적 삶을 살 수 없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도덕은 생명의 존중, 타인의 인격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대부분의 일신교 성서(聖書)는 배타적이고 심지어 생명의 가치를 도외시한다. 따라서 신에 대한 회의는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가치인 사랑을 찾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신에 대한 섬김 대신 인간의 이성과 과학이 자리 잡는 사회가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며 평화로운 사회로 열려 있다는 의미다.

'신, 만들어진 위험'(원제 Outgrowing God)은 이 시대 무신론(無神論)의 거두이자 다윈 이후 가장 뛰어난 진화생물학자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리처드 도킨스의 두 번째 무신론 '논증'을 담고 있다. 2006년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이후 10여년 만에 내놓은 '신으로부터의 인간 독립선언서'다. 도킨스는 전작에서 사람들이 '탈신'(脫神)을 두려워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신심(神心)을 버릴 때 인간은 도덕적 아노미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기우일 뿐이라며 무수한 반례로 반박했다. 17세기 신·구교 간 피비린내 나는 30년 전쟁을 비롯해 광신도에 의한 9·11 테러, 종교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무자비한 폭력을 감안할 때 신을 믿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불행을 아쉬워한다.

후속작은 한발 더 나아가 신과의 결별을 주장한다. 도킨스는 "우리가 신을 믿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답을 12개의 명제로 세분해 풀어갔다. 그 주 대상은 기독교의 신이다. 우선 전작 이상으로 더 매몰차게 성서를 공격한다. 성서의 가르침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이냐고 반박한다. 사실, 성서를 곧이곧대로 보면 성서의 신만큼 질투심으로 가득 찬 존재도 없을 것이다. 오직 '당신'만을 믿으라 강요한다. 나아가 그 믿음 아래선 모든 행위들이 용서된다. 심리조작, 아동학대, 살인과 인종청소에 홀로코스트까지 말이다. 그러므로 유일신과 도덕은 애초 동행하기 어려운 관계다.

도킨스는 '사실'에 대한 엄정한 추구도 신으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인간에 힘이 되어줄 거라고 제안한다. 우리를 둘러싼 현상은 무조건적 믿음이 아니라 인간의 논리와 이성으로 충분히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고도로 복잡한 인간의 신체와 우주의 광막함 앞에서 어떤 설계자를 떠올리는 유혹이 강할 테지만,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그리고 무한의 시간은 그것을 설명하고도 남는다고 설명한다. 도킨스의 무신론적 주장은 과학기술을 신봉하는 사이언톨로지교도 아니고 인간의 영혼(soul)을 부정하는 유물론도 아니다. 그가 부정하는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우상으로서 신, 군림하는 신이다. 경건한 종교심, 종교의 긍정적인 기능까진 부정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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