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화이자 백신 접종, 이렇게 이뤄진다
국내 1호 접종센터 가보니…
문진→예진→접종→접종 후 관리 시설 구축
의료인 5만명 이달 접종…향후 250곳 확충
이달 시작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은 접종자의 예진, 접종, 접종 후 관리와 백신의 초저온 보관 등이 가능한 ‘접종센터 1호’를 구축해 1일 오후 공개했다.
이달 들어오는 첫 화이자 백신의 접종 대상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으로 제한되지만, 향후 후순위 접종자인 일반 국민들도 비슷한 시스템을 갖춘 전국 접종센터에서 같은 절차로 접종받게 된다. 김연재 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국민들이 사전에 숙지할 수 있도록 실제 접종 절차를 안내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축 이전 부지에 마련된 ‘중앙예방접종센터’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C동 건물의 ‘접수 및 문진실’로 들어간다. 체온 측정과 접수 후 문진표를 작성하는 곳이다. 방문자는 의료진의 안내를 받아 임신, 기저질환, 알레르기, 약 복용 등의 여부를 작성한다. "기존 백신과 다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인 화이자 백신은 특정 물질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과거력을 확인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질병관리청과 협의해 미국처럼 온라인으로 문진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문진표를 토대로 접종 대상자를 1차적으로 선별한다. 접종 가능 판정을 받은 대상자는 ‘일반 접종 대상자’와 ‘접종 주의 대상자’로 분류된다. 접종 주의 대상자는 접종은 가능하지만 이상반응이 일어날 위험이 일반 접종 대상자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이다. 접종 주의 대상자는 접종 후 30분간 이상반응 여부를 모니터링받는다. 일반 접종 대상자(15분)보다 2배 긴 시간이다.
문진 과정을 통과한 접종 대상자는 ‘접종 대기실’로 이동한다. 일반 병원의 로비와 같은 공간이다. 대기자들은 1미터 이상 떨어져 앉아, 질병관리청과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영상 및 소책자 자료를 통해 화이자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 주의사항,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 종류 등을 알 수 있다. 대기 끝에 본인의 접종 차례가 오면 한번 더 체온을 측정하고 이동한다. 앞서 첫 체온 측정 때는 추운 겨울 날씨 탓에 체온이 실제보다 낮게 측정될 수 있기 때문에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대기자는 다른 건물인 C동으로 이동한다. 예진실, 접종실, 관찰실을 순서대로 거친다. 예진실에서는 의사의 진료를 통해 접종 가능 여부, 접종 후 필요한 관찰 기간 등을 판단한다. 앞서 문진 과정에서 놓쳤을 수도 있는 대기자의 과거력을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4명의 의사가 투입된다.
여기서도 접종 가능하다고 판정되면 마침내 백신을 맞게 된다. 예진실과 같은 공간에 있는 접종실에는 4명의 간호사가 접종을 수행한다. ‘클린벤치’라는 장치 2대가 비치돼 있다. 백신은 5~6회분(도즈)을 합친 ‘바이알’ 형태로 유통·보관되는데, 바이알에서 다시 1회분 백신을 위생적으로 뽑아내기 위해서는 클린벤치가 필요하다. 클린벤치 내부는 항상 외부 기압보다 높은 압력(양압)이 유지하기 때문에 외부의 물질과 병원균의 침투를 막아낼 수 있다. 장치 내 무균 공간에서 주사기를 이용해 바이알을 1회분씩 나눌 수 있다.
접종실에는 냉장고 1대도 준비돼 있다. 냉동고에 보관 중이던 화이자 백신을 해동해 임시 보관하는 곳이다. 화이자 백신의 보관시간은 상온에서 6시간에 그치지만 냉장고 안에서는 5일까지 늘어난다.
냉동고는 별도의 건물에 2대가 준비돼 있다. 1대당 포장된 백신 2만회분 또는 포장을 뜯은 백신 12만회분을 보관할 수 있다. 1대는 실제로 사용되지만 다른 1대는 예비용으로 비워둔다. 1대가 고장날 경우 백신들을 다른 1대로 옮겨 보관하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냉동고가 있는 장소는 국방부의 도움을 받아 군인들의 상시 경계 속에 보호받고 있다"며 "이 장소에 관해 더 자세히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접종이 끝나면 관찰실로 이동한다. 일반 접종자는 ‘일반 관찰실’로 이동해 15분간 의자에 앉아 신체 변화를 확인한 후 이상반응이 없을 경우 귀가한다. 한번에 24명이 앉아서 대기할 수 있다. 이상반응 위험이 더 높은 접종 주의 대상자는 접종 후 ‘집중 관찰실’로 이동한다. 8개의 침상이 준비돼 있다. 관찰 후 심각한 이상반응이 발생할 경우 응급처치실로 옮겨 응급처치를 받은 후 사전에 정해진 의료기관 응급실로 이송된다.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경우엔 기도삽관, 수액 공급, 심폐소생술까지도 이뤄질 수 있다. 응급처치와 응급실 이송을 위해 응급구조사 1명과 구급차 1대가 대기한다.
접종센터 안에서 접종자 동선 안내와 위급상황 시 지원 등을 수행할 안내요원도 투입된다. 정확한 투입 인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중앙예방접종센터는 향후 접종 대상자가 늘어남에 따라 구축될 전국 250개 접종센터의 선도 모델로서도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많은 인원을 최대한 빠르게 접종할지, 접종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어느 구간의 인력과 시설을 확충해야 할지, 동선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등을 접종 개시 후 조사한다. 때문에 현재 접종 절차는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이달 내 관계부처와 함께 모의훈련을 거쳐 실제 접종을 개시한다. 접종받을 수 있는 인원은 하루 600명으로 예상된다.
이날 정은경 질병청장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통해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화이자 백신 11만 7000회분(약 6만명분·1인당 2회 접종)을 이달 중순 이후 국내 도입한다"며 "(첫 물량의) 접종 대상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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