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에 亞각국 미묘한 온도차..'비판일색' 서구와 달라(종합)

김영현 2021. 2. 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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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무비판..'스트롱맨 집권' 태국·필리핀, 불간섭 선언
미얀마, 로힝야족 송환 거론..일본, 평화로운 해결 촉구
"쿠데타로 정권 장악" 보도 나온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양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1일(현지시간) 새벽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얀마군은 TV를 통해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뒤 "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 이양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016년 7월 19일 '순교자의 날'에 양곤 순교자 묘역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거수경례하는 모습. sungok@yna.co.kr

(하노이·뉴델리·베이징=연합뉴스) 민영규 김영현 김윤구 특파원 =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해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1일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미묘한 온도차가 드러났다.

무비판, 불간섭 등의 분위기를 풍긴 나라부터 로힝야족 송환 등 자국의 이해 관련 문제를 내세운 나라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얀마 쿠데타와 관련한 논평을 요구받고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얀마의 좋은 이웃으로서 미얀마 각 측이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갈등을 적절히 처리하며 정치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유엔·미국 등과 달리 별다른 비판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이다.

중국은 미얀마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해 초 미얀마를 방문해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프로젝트 등 인프라 관련 협약을 대거 체결하면서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려왔다.

인도도 쿠데타 비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인도 외교부는 이날 "깊은 우려 속에 미얀마의 국면을 인지하고 있다"며 인도는 미얀마의 민주적인 이행에 과정에 대해 변함없이 지지해왔다고 짧게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미얀마에서) 법치와 민주적 절차가 유지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인도는 주변국으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미얀마 등 이웃 나라에 무상 지원하며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도 일반적인 수준의 입장을 내놨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과 싱가포르 외교부는 사태 당사자 간 평화로운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군부 쿠데타 선언 속 미얀마 양곤 시청에 진입한 군 차량 (양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한 1일(현지시간) 옛 수도 양곤 시청 안에 군 차량이 진주해 있다. 미얀마군은 이날 새벽 TV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선거 부정에 대응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조치 한다면서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밝혔다. sungok@yna.co.kr

'스트롱맨(철권통치자)'이 이끄는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아예 미얀마 국내 문제라며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쁘라윗 웡수원 태국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로부터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얀마) 국내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군 장성 출신인 쁘라윗 부총리는 2014년 5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쁘라윳 짠오차 정부에서 '넘버 2' 역할을 맡아 왔다.

태국에서는 1932년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19차례나 쿠데타가 발생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도 이날 "미얀마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지만, 캄보디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의 하나로서 아세안 다른 국가들의 국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985년 1월 집권한 훈센 총리는 37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다. 제1야당을 강제로 해산한 가운데 치러진 2018년 7월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캄보디아국민당(CPP)이 전체 125개 의석을 싹쓸이해 훈센 총리는 2023년까지 집권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얀마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미얀마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등 철권통치를 이어오고 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방글라데시는 미얀마의 정국이 쿠데타 발생으로 극도로 혼란함에도 불구하고 '뜬금없이' 로힝야족 송환 문제를 꺼내 들었다.

방글라데시 외교부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미얀마 정부와 로힝야족에 대한 자발적이고 안전하며 지속적인 송환에 대해 협력해왔다"며 "우리는 이러한 절차가 진지하게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방글라데시는 2017년 미얀마군의 소탕 작전 등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로힝야족 약 75만 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

이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는 여러 차례 송환을 시도했지만, 로힝야족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송환 작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새벽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얀마는 민주화 상징인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53년 만에 군부 독재를 청산했지만 이번 쿠데타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

youngkyu@yna.co.kr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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