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머스크도 울고 갈 '규제 공화국'

김광태 2021. 2. 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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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텍사스로 이사한 이유는 세금 때문이었다. 세계 1위 부호 머스크조차 캘리포니아의 악명높은 소득세율이 무서웠던 거다. 법인세율도 8.84%나 된다. 텍사스엔 주 차원의 소득세도 법인세도 없다. 텍사스에 둥지를 튼 스페이스X의 엔진실험실과 로켓 생산시설은 그의 꺼지지 않은 꿈의 원자로였다. 그는 실제 '30년 안에 화성에 100만명을 보낼 것'이라는 공언이 미친 소리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줄 지도 모른다.

대부분 다 아는 사실이지만 머스크의 명함을 짧게나마 소개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공식직함은 테슬라, 스페이스X, 보링 컴퍼니의 CEO인 동시에 솔라시티, 뉴럴링크의 회장이자 오픈AI의 고문이다. 또한 교통혁명을 가져올 하이퍼루프의 기획자이자 연구자다. 공통점은 하나다. 죄다 '뜬구름 잡기식' 미래 지향적 기업이다. 그는 아이폰이라는 유산을 남긴 '괴팍한 혁신의 창조자' 스티브 잡스 이래 인류 역사에 큰 궤적을 남길 '미래의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재산은 무려 206조원이다. 지난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를 제치고 벼락같이 세계 1위 재산가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는 머스크같은 혁신가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파격적인 감세와 갖가지 고용혜택은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열사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사우디는 최대 50년간 세금을 면제하거나 감면해준다는 계획이다. 기업하기 좋도록 각종 규제 따윈 걷어치웠다. 사우디의 이같은 정책 전환의 중심엔 사우디를 중동지역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키우려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다. 석유만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경제구조를 뜯어고치는 경제 개혁 프로젝트가 대대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몇 년후엔 사막 한 복판에 사우디판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가 위용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인도 또한 심상치 않다. 탄광과 위탁생산 분야에서 외국인의 100% 지분 투자를 과감하게 허용했다.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도 외국인 투자 지분율 한도를 26%로 끌어올리면서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에만 11개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최근 테슬라도 인도 5개 주 정부와 지사 설립, 연구개발 센터 및 제조공장 설립을 논의하면서 인도 진출을 본격화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지난해 코로나19로 엉망이 된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중국정부가 외국 자동차 업체의 합작회사 설립규제를 풀자 머스크가 재빨리 움직였다. 중국 상하이 테슬라 공장은 연간 25만대 가량의 전기차를 쏟아내고 있다. 올 연말까지 50만대 이상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세계최대 마트 체인인 월마트도 팬데믹의 진원지였던 우한에 5년간 4억6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기업들은 규제가 약하고 세금 부담이 적은 곳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외국 기업들의 투자는 내리막길이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전년에 비해 11% 이상 줄었다. 물론 코로나19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외투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조치 폐지 등이 주범이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만한 진실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말 기업규제 3법을 단독처리하더니 해가 바뀌자마자 기업인의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통과시켰다. 여기에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수상하기 짝이 없는 손실보상제와 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왔다. 코로나19 시대에 공동체적 연대와 배려의 의제를 던졌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의의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방식으로 추진한다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 있을까 싶다.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작이라며 대대적으로 K뉴딜을 발표한 지 4개월이 지났다. 대체 뭐가 달라졌을까. 말만 무성했다. 각종 규제에 대한 논의는 가시적인 진전조차 없다. 얽히고 설킨 규제는 풀리기는 커녕 이익공유제 등 기업 부담만 늘리는 부담과 규제는 뚝딱뚝딱 잘도 생겨나기만 한다. 천하의 머스크인들 '규제 공화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마도, 머스크가 한국에서 사업한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릴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 같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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