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K자 양극화 만드는 그들만의 경쟁

2021. 2. 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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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가 코로나로 마이너스성장을 해도 일부 기업과 근로자는 벌이가 좋아졌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어려워져 K자로 양극화되었다. 경제가 V자로 반등하지 못하면 대다수는 코로나 피해를 만회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여당 대권후보들은 특정 계층을 겨냥해 실험적인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손실보상,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익공유,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정 총리와 이 대표는 자영업과 소상공인을 염두에 둔 선별적 지원인 반면, 이 지사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처럼 보편적 지원에 배팅했다. 이익공유는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에, 손실보상과 기본소득은 재정지출 확대에 골자가 각각 있다.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 경제의 원리와 맞지 않고, 실패한 정부 중심 소득주도성장을 강화하며, 원인 치료보다 일시적인 통증 치료를 중시하고, 이런 정책을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피해보상은 정부가 국민의 경제활동을 제한했기에 필요하나 기존의 재난지원금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법으로 피해보상을 제도화하면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작게 받으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할 수 있어 그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익공유는 기업이 주주와 근로자 등 생산 주체와 성과를 나누는 보상제도이지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는 제도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재난이 생기면 기부금 내기를 미덕으로 생각했는데 법제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익공유가 이익환수로 변질하면서, 특히 외국인 주주들은 반발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헤지펀드 론스타 사태에서 봤듯이 국가·투자자 분쟁 해결제도(ISDS)로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은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더 주는 기존의 복지제도를 전면수정해야 하기에 시행하는 나라가 없는 상상 속의 제도일 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도 경제성장 성적표를 보면 V자 반등이 희미해지고 K자 양극화는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처럼 코로나 감염이 적은 대만과 중국은 성장률이 2%를 훌쩍 넘었는데 한국은 마이너스 1%였다. 이유는 대만과 중국은 산업 활성화로 원인 치료에 역점을 두었던 반면, 한국은 소액의 재난지원금으로 통증 치료에 매달렸다. 그 결과 한국은 정부 소비가 5% 증가했으나 민간소비가 -5% 감소해 상쇄되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통증 치료만 반복해 내성이 생긴 결과다. 성장률 후퇴가 -1%로 그친 데는 기업의 역할이 컸다. 정부의 혹독한 규제와 징벌에 시달리면서도 설비투자를 6.8% 늘렸고 수출감소는 -2.5%로 막았다. 코로나로 빨라진 산업구조 전환에 첨단기술기업은 선제적으로 대응했고,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로 경제활동이 거의 마비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활을 걸고 시장개척에 나선 결과다.

여당 대권후보들의 위험한 경쟁은 V자 반등은 막고 K자 양극화는 키운다. 이들은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정책을 혁신한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올해와 내년의 경제전망을 보면 한국은 경제침체가 오래가고 양극화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IMF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0.2%포인트 높였다고 정부는 좋아하나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포인트와 0.8%포인트 올렸다.

게다가 내년의 경제 성장률을 한국은 0.2%포인트 낮추고 반면, 선진국은 0.2%포인트 올렸다. 이들이 내세우는 간판 정책까지 시행되면 전망은 더 어두워진다. 손실보상과 기본소득은 재정을 대폭 투입하는 만큼 소비와 투자에 들어갈 돈을 세금으로 빨아들여 성장을 깎아 먹는다. 이익공유는 지금도 기업의 세금이 다른 나라보다 많은데 이익환수 불안까지 더해져 생산은 위축되고 일자리가 해외로 떠나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V자 반등과 K자 양극화 해소는 절박한 과제다. 대통령을 하려면 누구든 병든 경제를 살리는 올바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손실보상, 이익공유, 기본소득과 같은 위험한 포퓰리즘 처방은 대권의 꿈에서 스스로 멀어지게 만든다. 국민은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포퓰리즘의 모순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포퓰리즘에 빠진 그들만의 경쟁은 자신도 나라도 패배자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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