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이 쏘아올린 '제3지대 단일화'..토너먼트식 단일화로 가닥잡히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태섭 전 의원이 쏘아올린 '제3지대 단일화'론이 보수 야권 단일화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안철수(사진) 국민의당 대표가 금 전 의원과의 회동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보수 야권 단일화 전 제3지대 단일화를 먼저 추진할 것을 권장했다.

안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 전 의원의 '제3지대 단일화' 제안과 관련해 "저는 야권후보 단일화를 가장 먼저 말씀드린 사람이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서 야권후보 단일화가 필요하고, 서로 간의 존중을 해서 야권의 파이를 키워야 된다는 제 뜻에 동의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면서 "(금 전 의원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만나보겠다"고 했다.

제3지대 단일화 우선론에 찬반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지만 원만한 야권 단일화를 위해 금 전 의원과 만남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대표가 금 전 의원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논의가 시작될 경우 단일후보가 아닌 제3지대 단일화 후보로서 더 큰 무게감을 갖게 된다는 이점 때문이다. 그러나 안 대표의 성향상 최종적으로 제3지대 단일화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측이 아직 구체적인 야권 단일화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터라 일단 국민의힘의 최종 결론을 본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이 요구한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번 걸쳐 말씀 드렸지만 국민의힘의 입당요구는 탈당 요구"라며 "공당의 당 대표에게 탈당을 하라는 요구는 나중에 누가 통합후보가 되더라도 야권의 파이를 축소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안 대표는 "국민의힘 쪽 중진의원들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겠다고 하니 그 상황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은 이날 별도의 회의 석상을 갖고 야권 단일화 방안을 논의했다. 오는 3일 김 비대위워장과의 연석회의를 앞두고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그동안의 진행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는데, 이 문제는 어쨌든 우리가 한목소리로 가야겠다.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져서도 안되는 것"이라며 "김 비대위원장과 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결론 낸 사항은 없다"고 했다. 정 위원장의 발언은 당 차원에서 야권 단일화 논의에 이견이 없도록 조기에 매듭을 지어 침체 된 야권 전반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간 국민의힘에서는 안 대표의 경선 전 입당 문제로 김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 중진 간의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여기에 안 대표와 김 위원장 간의 단일화 논의 또한 지지부진해지면서 야권 전체의 경선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미 국민의힘 내부 경선이 진행 중인 터라 내부 경선이 끝난 뒤 안 대표와의 원샷 경선을 할 지 제3지대 단일화 후보와의 경선을 진행할지 등을 놓고 저울질 할 가능성이 크다.

김 비대위워장은 제3지대 단일화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제3지대 단일화 이후 국민의힘에서 선출한 후보와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는 당원 이외의 사람이 들어올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