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클로버 백신, 호주 임상서 "코로나 억제효과 확인"..상세결과 공개는 처음
중국 생명공학기업 클로버 바이오파마슈티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이 호주에서 진행한 1상 임상시험에서 접종자 모두가 코로나19를 억제하는 중화항체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결과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효능에 의문을 낳는 다른 중국산 백신과 달리 처음으로 상세한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클로버 바이오파마슈티컬의 과학 고문인 랄프 클레멘스 박사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클로버 바이오파마슈티컬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삼량체를 재조합해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인 ‘SCB-2019’라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항체를 만들 때 필요한 바이러스의 일부를 만들어 주입하는 ‘서브유닛 백신’이다. 올해 하반기 한국에 2000만명 분 도입이 결정된 노바백스 백신이 서브유닛 백신이다. SCB-2019는 주사를 두 번 맞는 방식이다. 클로버 바이오파마슈티컬에 따르면 상온에서 한달간 보관이 가능하고 저온에서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SCB-2019는 여기에 사람의 면역능력을 높여 백신 효능을 높이는 보조제 2종을 활용한다. 보조제는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다이나백스 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제품을 활용하고 있다. 노바백스도 백신 접종 효능을 높이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사포닌 기반 보조제를 활용한다.
클로버 바이오파마슈티컬의 백신은 백신 공동구매 및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가 감염병대비혁신엽합(CEPI)와 함께 투자중인 10개 백신 후보물질 중 하나기도 하다. CEPI는 클로버 바이오파마슈티컬의 백신 생산과 제조에 지난해에만 3억2800만달러(약 3662억 원)를 투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호주에서 진행된 임상 1상에는 18세에서 75세 사이 건강한 성인 남녀 148명 참가했다. 60명은 55세 이상 노인이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주사 통증 등 경미한 부작용을 겪었다. 두 치료가 필요한 부작용은 노인에게서 2차례 발병했으나 백신과 연관된 부작용으로 간주되지는 않았다.
SCB-2019는 보조제와 함께 접종했을 때 성인 참가자 모두에게 중화항체를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다. 다만 보조제가 없었을 때는 접종 후 50일이 지나도 3명에게서만 중화항체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과 보조제를 함께 맞았을 때 중화항체 수준은 코로나19 감염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중국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 경과 중 가장 정확한 정보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사례다. SCB-2019는 지난해 2월 처음 후보물질이 공개되며 가장 빨리 개발된 백신 후보군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화이자, 모더나 등 다른 백신들과 달리 1년이 지난 후에야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3상이 아닌 항체 생성 여부를 살피는 1상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클로바 바이오파마슈티컬과 달리 전 세계 곳곳에서 접종이 시작된 다른 중국산 백신들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신력 있는 국제학술지 등에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 중국 백신 개발사 시노팜은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정부가 조건부 사용을 승인할 당시 자사의 백신이 임상3상에서 평균 79%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브라질에서는 무증상 감염자를 포함하면 효과가 50.4%로 떨어진다는 보고가 나왔다. 시노백 백신도 임상시험 결과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터키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91%의 효능을 보인 반면 인도네시아는 65.3%, 브라질에서는 50.3%에 그쳤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을 구매한 나라는 최소 24개국이다. 서방 국가들이 쓸어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구하지 못한 국가들이 중국산 백신을 대안으로 택하는 것이다.
각국은 중국산 백신 들여와 자국민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거친 후 긴급승인을 내주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시노팜 백신이 86%의 면역 효과를 보였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한 후 지난달 30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첫 접종을 승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시노팜과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19 긴급사용 검토를 지난달 시작했다. 두 백신은 이르면 3월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