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까지 세계 인구 10%만 코로나19 백신 접종..경기 회복 늦어질 듯"

이윤정 기자 2021. 2. 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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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올 연말까지 백신을 맞는 사람은 지구촌 인구의 10%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백신을 맞는 나라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10개국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알제리에서 의료진이 31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알제리는 지난 30일부터 첫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신화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지난 31일(현지시간) 이 같은 전망을 내놓으면서 이런 속도라면 내년 말에도 백신 접종 인구는 전 세계의 21%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백신 접종 지연의 주 원인은 예상치를 밑도는 백신 생산량이다. 인구 대국 중국에서는 백신 생산이 지연되면서 내년말은 돼야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약사와 계약을 체결한 모로코 등은 아직도 하염없이 백신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오는 7월 도쿄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일본은 아직 구체적인 접종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도 올해 50% 이상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경제분석업체인 IMA아시아는 “아시아 국가들은 올해 접종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신을 선점한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주요국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USB는 이들 국가를 포함한 10여개국은 올해 안에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이 나라별로 쉽게 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인구의 3분의 2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 하더라도, 백신 접종이 지연된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경우 언제든 새로운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EU 영토 내에서 생산되는 백신의 수출을 규제하는 등 ‘백신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한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올 연말에야 인구의 29%, 24%가 백신 접종을 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세계는 다시 국경을 걸어잠그고 있다. 접종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스라엘조차 국제선 항공편을 무기한 금지한 상태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대륙간 비행 교통량이 빠르면 2023년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 반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미국은 올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1%에서 5.1%로 상향 조정되는 등 경기 회복세가 가파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경이 폐쇄되는 기간이 길어질 경우 내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에릭 닐슨은 “코로나19 유행이 세계에서 완전히 멈추지 않는 한 어떤 나라도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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