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야구의 '미스터 쓱(SSG)'은 누구일까 [안승호의 PM 6:29]
[스포츠경향]
2007년 10월22일 인천 문학구장.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막 열리기에 앞서 홈팀 팬들 머리 위로 작은 배 하나가 떠올랐다. 그 안에서 고개를 내미는 응원단장의 등장과 함께 인천 지역 대표 응원가 <연안부두>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떼창’.
SK 와이번스는 유난히도 연고지 인천을 강하게 끌어 안은 팀이었다. ‘최강 두산’, ‘무적 LG’, ‘최강 한화’, ‘최강 삼성’ 등 대부분 팀이 응원 구호로 승리를 갈망하고 있을 때, SK는 ‘인천 SK’를 외치며 오매불망 인천에 사랑을 구했다.
‘부두에 꿈을 두고 / 떠나는 배야 / 갈매기 우는 마음 / 너는 알겠지 / 말해다오 말해다오 /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응원가 <연안부두>는 진짜 이별의 노래가 돼버렸다. 노랫말 속에서 홀연히 부두를 떠난 그 ‘배’처럼 SK 와이번스도 그리움과 노여움 사이의 여운을 남기고 인천 바다 저 멀리로 사라졌다. SK는 1982년 프로 원년 팀인 삼미를 시작으로 청보, 태평양, 현대에 이은 인천 연고 5번째 프로야구 팀이었다. 이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인천 연고 6번째 팀으로 등판한다.
인천 구단의 복잡한 ‘계보’ 속에서도 팬들이 그 역사를 추억하는 건 시대를 대표했던 구단의 스타들과 함께 했던 강렬한 시간 때문이다. 떠난 기업들은 인천 구단 역사에 껍데기 같은 이름만을 남겼지만, 인천 구단을 대표했던 스타들은 팬들의 정서 속에 오랜 세월 자리잡고 있다.
삼미를 도깨비 팀으로 만들었던 ‘괴물투수’ 장명부를 시작으로 태평양 마운드를 이끌었던 잠수함 박정현과 좌완 최창호, 또 현대 유니콘스까지 오버랩되는 강타자 김경기와 김동기 등 굵직한 이름들이 바통을 주고 받았다. 또 현대가 수원으로 떠나기 전에는 박재홍과 정민태 같은 슈퍼스타들도 인천 팬들과 교감했다.
이제 막 야구단의 손을 놓은 SK에 대한 팬들의 기억도 김광현, 최정 등 스타들의 이름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이제 다음 타자인 신세계 이마트의 간판 스타가 궁금해진다.
일명 ‘미스터 쓱(SSG)’은 누구일까. 프로야구단의 어떤 마케팅도 ‘스타 마케팅’보다 강력할 순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일본프로야구의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각 리그의 1순위 팀으로 떠올리는 것도 그 팀들이 압도적인 스타군단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출발 선상에서 쓱(SSG) 야구단의 최고 스타는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그간 야구단 최고위층이던 기업인들과는 달라보였던 스타일을 야구단 인수 과정에서도 재확인시켰다. 정용진 부회장은 요즘 TV를 틀면 나오는 유명 방송인이기도 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의 ‘콜라보’로 감자와 고구마 등을 완판시키는 등 보통 기업인은 잘 쳐다보지 않은 영역에서 활발히 움직였다. 또 본인이 직접 신세계 이마트의 광고 모델이 되는 파격 행보도 이어갔다.
야구단 인수를 공식 발표하며 내놓은 포부로 남달랐다. 기업 정체성과 맞물리는 테마파크 조성을 시작으로 돔구장 건립 구상까지 끄집어냈다.
그러나 정용진 부회장이 뛸 수 있는 영역은 애석하게도 그라운드 바깥 라인까지다. 쓱(SSG) 야구단의 스토리는 그라운드의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일단 신세계 그룹은 구단 운영은 기존 와이번스 프런트에게 전적으로 맡겨놓고, 패션을 선도하는 그룹답게 유니폼 제작 등 야구단 이미지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단 내 선수 보강 등이 파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그래서 당장은 낮아 보인다. 예외라면 SK로부터 넘겨받은 지명권 행사가 가능한 추신수가 실현 가능한 대상으로 떠오를 때 정도다.
폭풍처럼 몰아친 야구단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 구단을 대표할 스타의 필요성을 절감할 바로 그 즈음. 모기업도 정용진 부회장도 움직이지 않을까. ‘미스터 쓱(SSG)’을 찾아서.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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