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불개미 이번엔 은 찍었다..은 가격 8년만에 최고

이효상 기자 2021. 2. 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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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게임스톱’ 주가 폭등을 견인한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이 은 매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국제 은 가격이 급등했다. 주식시장에서 시작된 개인투자자들의 반란이 상품시장까지 확전되는 모양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은 선물 가격이 온스당 최고 30.35달러에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13% 상승한 가격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국제 은 가격과 관련 기업의 주가는 지난주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은 채굴 기업인 쿠어 마이닝의 주가는 지난 28일 16.9% 상승했고, 팬 아메리카 실버의 주가 역시 지난 29일 14.7% 상승했다. 은 상장지수상품인 ‘아이셰어실버트러스트’도 28~29일 사이 6.7% 상승했다.

이는 ‘게임스톱 대전’을 이끈 레딧의 토론방에 은 매수를 촉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온 시점과 일치한다. 지난주 올라온 한 게시물은 “은행들이 실제 가치보다 은의 가격을 억제하고 있다”며 은행 물가 조작 등에 대응하기위해 “은을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스톱 대전’이 월가의 해지펀드 엘리트들에 대한 반감을 명분으로 삼았다면, 이번엔 은행에 대한 반감을 개인투자자 결집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레딧 뿐 아니라 트위터에도 ‘실버스퀴즈(#silversqueeze)’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다수 공유됐다. 게임스톱 등 해지펀드들이 공매도한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려 ‘쇼트스퀴즈(공매도 했던 주식이 계속 오르면서 본인이 팔았던 가격보다 훨신 더 비싼 가격에 해당 주식을 구매하는 경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듯이 은 매수를 통해 은행에 타격을 주자는 얘기다. 가상화폐 회사 제미니의 공동창업자인 캐머런 윙클보스는 트위터를 통해 “실버스퀴즈의 결과는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임스톱 사례와 달리 은 가격에 있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기관 투자자들이 2019년부터 일관되게 금속에 대한 순매수를 주장해온 점, 국제 은 시장의 전체 가치가 게임스톱의 시가총액을 훨씬 상회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주가가 급등하기 전 게임스톱의 시가총액은 약 14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런던 금고에 있는 은만해도 480억 달러를 상회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아무리 은을 사들여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레딧의 토론방에서 은 매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점도 변수다. 게임스톱과의 공매도 대전을 이끈 레딧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의 주요 회원들은 아이셰어실버트러스트에 주요 해지펀드 인사들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은 매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싱가포르 화교은행의 이코노미스트 하위 리는 블룸버그통신에 “지난 주 사건은 개인투자자의 구매력을 의심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게임스탑의 ‘쇼트스퀴즈’보다 ‘실버스퀴즈’가 더 어렵겠지만, 추진력은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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