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3기 신도시와 기성 시가지의 미래 / 이제선

한겨레 2021. 2. 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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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시 기능이 분산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뉴노멀 시대에 도시집중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020년을 전후해 부동산가격 급등을 막을 대책으로 3기 신도시가 발표되었으나, 기존 도시에 대한 적극적인 주택공급정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주택 규모에 대한 정책적 변화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존 도시는 4인 가구 1주택이라는 전통적 가족 개념에 기반해 소위 중산층을 위한 30평형대 또는 대형 아파트로 공급된 반면, 3기 신도시는 중소형 20평형대 중심으로 계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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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선 ㅣ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시 기능이 분산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뉴노멀 시대에 도시집중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020년을 전후해 부동산가격 급등을 막을 대책으로 3기 신도시가 발표되었으나, 기존 도시에 대한 적극적인 주택공급정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분당에서 세종까지>의 저자인 도시설계가 안건혁이 신도시의 경험이 기성 시가지 개발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한 것처럼, 새로운 도시개발 패러다임 및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다음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21세기 도시는 보행친화적인 도시공간으로 변화되고 있는데, 기존 신도시나 대규모 노후 주택단지는 한 변의 크기가 200~400m나 되는 대형 블록이다. 3기 신도시는 단변이 200m 내외 중소 블록으로 이것도 80~100m로 나눠 도시 및 보행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노후화된 대규모 단지를 지금처럼 대형 블록으로 유지한 채 고립된 그들만의 철옹성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중소규모 블록으로 분절하여 세분화되도록 재구조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2019년 기준으로 1~2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의 62.6%로 급증세일 뿐만 아니라 평균 가구원 수는 2.31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택 규모에 대한 정책적 변화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존 도시는 4인 가구 1주택이라는 전통적 가족 개념에 기반해 소위 중산층을 위한 30평형대 또는 대형 아파트로 공급된 반면, 3기 신도시는 중소형 20평형대 중심으로 계획되고 있다. 노후화된 공동주택 재건축 시 기존 60평형을 30평형 1개 그리고 나머지는 15평형 2개로 또는 7.5평형 4개로 한다면, 대형 주택 규모에 대한 사회적 형평성 문제를 배제할 수 있으며 사회인구학적 변화에 순응하는 다양한 중소형 주택공급의 원천이 될 것이다.

셋째, 기존 상업용 및 일반 건축물의 경우 구조 문제와 노후화 영향으로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량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2019년에 30년 이상 된 국내 노후건축물 비율이 37.8%로 30년 이상 노후된 주거용 건축물이 47%, 상업용 건축물을 포함하면 약 74%인 반면, 3기 신도시는 제로에너지 시범단지 조성과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 도시로 탄생하고 있다. 기성 시가지 내 노후화된 공동주택이나 저층 주거지도 에너지 성능이 좋은 주거단지로 재생시키거나 친환경 단열재로 교체하는 등 에너지 사용 제로가 되는 건축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기초생활서비스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이 삶의 질 향상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기존 도시의 생활형 에스오시(SOC)가 되는 공공청사, 학교 등 생활인프라는 대도시·중심지역 위주여서 지역 간, 지역 내 격차를 유발하고 있으나, 3기 신도시는 보육, 교육, 문화체육 시설 등 다양한 생활 에스오시를 블록의 공유공간에 위치시키며 복합화하고 있다. 기성 시가지 개발 때 공공(학교, 주민센터, 공원)과 민간(주거, 상업, 문화) 시설을 분리하지 않고 한데 어우러져 24시간 쉼 없이 활용되는 다양하고 복합화된 생활 에스오시로 공급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과 유연함이 증대되어 위기대응력과 회복탄력성이 높아지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생활공간인 도시가 새로운 도시개발 패러다임과 인구사회학적 변화에 대응하며, 더는 도시 내 불평등이 가속화되지 않고 삶의 질이 높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처럼 서로 다른 삶의 영역에서 사는 국민들이 우리의 다른 의견에 관해 타협하며 우리의 다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려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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