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인서울 대학' 지방분산이 묘책 / 윤덕균

한겨레 2021. 2. 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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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난 해법

윤덕균 ㅣ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남 더힐은 타워팰리스(강남구) 이후 가장 비싼 아파트의 대명사다. 100평형의 실거래가가 2019년 기준 84억원이다. 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 오랫동안 단국대 한남동 캠퍼스가 있었다. 단국대는 1994년 1700억원의 부채로 대학이 파산에 이르게 되자 한남동 캠퍼스 4만여평을 2500억원에 매각하고 2007년 죽전(경기도 용인)으로 이전했다. 부채를 청산하고 19만평 대지의 죽전 캠퍼스를 신축했다.

단국대의 죽전 이전은 대학과 지역사회 간 윈윈 거래의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이 도심에 위치하는 것은 편익성 측면이 있지만, 교통난을 가중하고 수도권 인구 분산에 역행하는 불합리 요소가 있다.

서울에는 35개 대학이 있다. 여기에 속한 학생 50만명과 교직원 4만여명의 주택 수요도 만만치 않다. 중국 유학생만도 3만5천여명이다. 대학의 기숙사 시설이 빈약하여 이들 유학생의 30%도 수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주변의 민원으로 대학의 기숙사 신축도 어렵다.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 육사를 포함한 서울 소재 전 대학의 외곽 이전 이슈다.

이에 대한 선진국 사례를 영국의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등 대학 도시에서 찾을 수 있다. 케임브리지는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90㎞, 옥스퍼드는 북서쪽으로 약 80㎞ 떨어져 있다. 지방에 소재하지만 두 대학 모두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케임브리지대는 100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를, 옥스퍼드대 역시 4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서울 소재 대학 넓이는 육사를 포함하여 1480만㎡(약 450만평)로 30만가구의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는 크기다. 이들 부지는 대부분 도심에 있어서 아파트의 인프라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시행상 애로가 있다. 첫째, 서울 소재의 명문 대학 인식을 고수하려는 해당 대학과 학생들의 저항이 있다. 이를 극복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교육당국과 해당 대학의 노력이 필요하다. 단국대도 한남동 캠퍼스를 매각하여 죽전으로 옮기는 데 예산 문제는 없었다. 다만 학생들의 저항 때문에 시일이 많이 요구되었다. 1994년 시작해서 13년 뒤인 2007년에야 죽전 캠퍼스가 완성되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지방 이전에는 세가지 옵션이 있다. 첫째, 가장 손쉽고 신속한 방법으로 서울과 지방 캠퍼스를 합병하는 방안이 있다. 대부분의 서울 소재 대학은 비좁은 서울 캠퍼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방 캠퍼스를 설립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대학 내에 적자와 서자를 만드는 우를 범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한양대 서울 캠퍼스는 교지가 12만평에 불과해 비좁다. 안산 캠퍼스는 33만평의 넓은 대지가 있다. 자체적으로 서울 캠퍼스를 안산 캠퍼스로 합병하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안산 캠퍼스로의 이전 방안에 대학의 질 하락을 염려하는 학생들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그런데 모든 대학이 함께 옮긴다면 이 걸림돌 하나가 제거되는 셈이다. 둘째는 정부가 추진하는 2, 3기 신도시 계획에 묶어서 대학 이전을 기획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신도시 계획의 맹점은 자급도시가 되어야 하는데도 대부분 베드타운에 머물러 과잉의 교통 수요를 유발했다. 특히 교통 유발의 주범은 서울 소재 대학이었다. 이에 교육 수요를 자체 조달하고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 클러스터를 활성화해서 신도시를 자급도시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영국 사례와 같이 서울에서 100㎞ 반경에 대학 도시를 세우는 방안이다. 성공 가능성을 아산시에서 본다. 아산시는 순천향대, 호서대, 선문대가 있어서 재학생 3만여명과 교직원 2500여명이 시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서울 소재 전 대학의 외곽 이전은 혁명적인 발상일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명운을 걸고 도전할 가치가 있다. 이는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만큼 지방의 균형발전을 추구하고 고질적인 서울의 주택난을 해결하는 최상의 묘책이다. 다만 전 국민의 공감대를 모으기 위해서라면 국민투표를 통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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